[긴급진단] G2시대, '제로섬' 아닌 한미일 3각 공조·한중 협력..."흑백논리적 접근 안돼"

2021-03-15 03:00
바이든 정부, '한·미·일 3각 공조' 회복에 사력
내주 美 블링컨·오스틴 방한...중국 문제 논의
'안미경중' 기조 文정부, 미·중 사이 갈팡질팡
"어느 한 쪽 고르기보다 韓 입장 분명히 해야"
"미·중 정책에 韓 국익·정체성 투영 노력해야"

"실사구시 외교전략을 구사하라." 주요 2개국(G2)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로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일 3각 공조'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자랑하는 '한·중 양자 협력'이다.

지난 1월 새롭게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연일 대형 외교 일정을 이어가며 반중(反中) 동맹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지렛대 삼아 대중(對中)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협력 역시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선택지다. 한국에 있어 한·미·일 3각 공조와 한·중 양자 협력이 제로섬(득실의 합이 0) 게임이 아니란 얘기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이 흑백논리로 어느 한쪽을 고르기보다 그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과 정체성을 꾸준히 알리며 운신의 폭을 최대한 넓혀 나갈 때라고 조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1조9000억 달러(한화 약 2140조 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美블링컨·오스틴, 한·일 연쇄 방문

1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17일 일본을 방문한 뒤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재활성화 차원에서다.

두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각각 한국 측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개별 회담 및 '2+2(한·미 외교·국방) 회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공개될 바이든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등에 관해 논의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여러 외교 채널로 대북 접촉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그간 국무장관이 새롭게 임명되면 유럽과 중동을 첫 해외출장지로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의 경우 이례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우선 찾으며 바이든 정부가 향후 한·미·일 3각 공조 회복에 상당히 큰 주안점을 둘 것을 시사했다.

이를 통해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뿐 아니라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한·일이라는 우군 확보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영우 한반도평화미래포럼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 유세에 나섰던 때부터 예측 가능했던 것"이라며 "(대중 전략에 있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인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조기(왼쪽)와 오성홍기(오른쪽) 사이 태극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중 정책에 韓 입장 최대한 투영시켜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반중 포위망으로 알려진 '쿼드(QUAD·비공식 안보회의체)'의 첫 정상급 회담을 개최, 일본·인도·호주 정상들과 대중 견제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는 미·중 고위급 회담도 이어진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대중 압박 일정이 줄줄이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중국과도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중 어느 한쪽을 고르기 힘든 처지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낄 우려가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미·중이 선택을 강요한다고 해서 한국이 당장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미·중의 요구 속에 한국의 국익과 국가 정체성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잘 찾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정책과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책이 이제야 방향성이 잡히고 구체화되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양국이 부딪치는 주요 현안마다 국민과 합의된 원칙을 바탕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한국 입장이 미·중 정책 확립 과정에 최대한 투영되고 또 보호받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