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KPGA 윈터투어라는 이름으로

2021-03-12 12:39

[사진=KPGA 제공]


윈터투어는 겨울에 열리는 투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시작은 2013년과 2014년 태국에서다. 4계절로 구성된 한국의 추운 날씨 속에서는 연습이 쉽지 않기 때문에 프로골퍼들은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투어는 전지훈련을 가는 남자 프로골퍼들을 위해 창설됐다. 훈련 혹은, 레슨을 하면서도 '경기 감각을 잃지 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찾아가는 서비스다.

7년 전 그 마음이 올해는 한국으로 이어졌다. 이번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투어를 부활시켰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겨울 시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윈터투어 한국 개최의 아이디어를 냈다. 또 다른 사람은 부활을 위해 기반을 마련했다.

부활도 어려웠지만, 운영도 어려웠다. 겨울에는 서리와 눈이 내린다. 눈이 코스를 삼키면 대회를 진행할 수가 없다. 전체 코스가 뒤덮이면 경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된다. 그러나, 그린 만 복구하면 되는 경우에는 코스를 정리해야 한다.

윈터투어 경기위원들은 코스 정리를 위해 낚싯대를 하나씩 카트에 싣고 다녔다. 그린에 서리가 내리면 낚싯대를 펴고 쓸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군산 컨트리클럽 코스관리팀도 남모르게 진땀을 뺐다. 한겨울 정규대회 급 코스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경기 전과 경기 이후 땅거미가 질 때까지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지 않았다.

묵묵히, 저마다의 소임을 다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사실 출전한 프로골퍼들은 이러한 내막을 잘 모른다. 그저 총규모 2억원, 회당 우승 상금 800만원짜리 작은 대회라는 인식이다.

전날 밤 1라운드에서 커트라인 탈락의 고배들은 선수 중 몇 명은 "작은 대회인데도 잘 못 쳤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윈터투어는 수익과 크기로 설명될 대회가 아니다. 사실 협회, 골프장, 지자체 등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 온전히 남자 프로골퍼들을 위해서다. 늦은 밤, 영하로 내려간 추위에 얼굴이 붉게 상기된 지도 모르고, 코스 관리에 열중이던 이들을 생각하면 값을 매길 수 없다.
 

윈터투어가 열리고 있는 군산 컨트리클럽 전주·익산 코스[사진=KPGA 제공]


이 글을 통해 군산시와 군산 컨트리클럽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무안이 있듯, KPGA에는 군산이 있다. 농지를 보호하는 새만금 방조제처럼 남자 프로골퍼를 품에 안았다.

KPGA와 군산이 연을 맺은 것은 2009년 10월 SBS 동부화재 프로미배 군산C.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다. 2012년을 제외하고, 이번 윈터투어까지 남자 프로골프의 발전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많은 일이 있었다. 대회가 없어질 위기에서 골프장은 발 벗고 나서서, 명맥을 유지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군산CC 오픈이라는 이름으로 대회의 주최가 됐다. 당시 이 대회는 지역 축제였다. 군산시 유명한 빵집의 빵을 관계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간척지에 울려 퍼졌다. 군산대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자처해 교육을 받고, 마샬로 참여했다.

지난해 '윈터투어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KPGA의 제안에 군산 컨트리클럽과 군산시청은 흔쾌히 응했다. "KPGA와 함께라면 언제나 오케이"라면서 말이다.

오늘날 골프장은 호황이다. 수도권 주말(토요일) 골프장 입장료가 27만원을 넘어가는 가운데 대회 개최를 위해 영업을 포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 군산 컨트리클럽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바라봤다.

실험적이고,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베어져 있는 윈터투어 5회 최종 2라운드가 군산 컨트리클럽 전주·익산코스(파71·7143야드)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 선두는 임예택(23)이다. 그는 전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내리 잡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은 바람도 없고, 날씨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짓궂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종종 비가 내리고 있다.

임예택은 지난해 이 코스에서 트로피(스릭슨투어 10회)를 들어 올렸다. 대회 결과는 매칭 스코어 카드 방식이라 스코어카드 제출 이후에 알 수 있다.

코로나19와 추운 날씨로 더욱 힘겨웠던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이 투어는 시동과 같다. 추운 겨울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시동을 걸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수들은 따듯한 봄과 함께 달릴 일만 남았다. 순위권 선수들은 투어프로와 프로 자격을 얻는다. 윈터투어라는 이름과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