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코로나대출] ①“좀비기업 등장 시간문제”…느긋한 당국, 속 타는 은행

2021-03-11 11:40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 내는 한계기업 5000개 추정
中企대출 55조 급증…원금·이자상환 유예만 9조
당국 "모두 좀비기업 아냐…상환 유예규모 안 커"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데일리동방] "이자상환 유예만 계속되니 누가 좀비인지, 누가 정상인지 모르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요."

시중은행 한 여신 담당 관리자가 '폭탄'으로 지목한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19 관련 대출이다. 1년 이상 대출 만기 연장에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까지 이어지자 가계는 물론이고,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까지 못 내는 '좀비 기업'에 대한 우려가 은행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국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502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휩쓴 작년 한 해를 포함해 55조원 가량 급증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비해 한시라도 운영자금이 급한 중소기업 실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수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금융 지원을 늘려 왔다.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코로나19 지원 금액은 △대출 만기 연장 121조1602억원 △원금 상환 유예 9조317억원 △이자 상환 유예 1637억원 등 모두 130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추경 기록을 경신하며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은 대출 원금 상환 기한을 또 다시 연장했다. 작년 4월을 기점으로 원금·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씩 두 차례 연장한데 이어 이달 초 6개월 연장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오는 9월 원금 상환과 기간은 은행과 협의해 대출 주체(차주)가 최종 선택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이처럼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은행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나, 상환 유예 조치를 체감하는 당국과 은행들의 온도차는 확연하다. 당국은 모든 기업을 좀비 기업으로 볼 수 없는 데다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대상이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아직까지는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일시적 자금 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천천히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자상환 유예 규모(1637억원·1만3219건)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 상환까지 초비상이 걸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모펀드 사태' 홍역까지 치르는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일방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도 상당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은 1조원도 채 안 되는 규모였지만 작년에만 2조50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부터 드러날 지 모르는 부실 위험에 노출된 지 1년이 지났는데 무분별한 대출은 지속되고 충당금만 쌓으라는 눈살에 쫓기고 있다"며 "한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 차원의 관리 대책과 가이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식열풍으로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은 전체 순익에서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증권사 없이 은행만 있는 곳은 착잡하기만 하다"며 "9월까지 유예 기간이 명목상 끝날 뿐이지, 대부분 차주의 경우 유예 기간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