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철수했던 미국 재진출…현지 IT기업 협력·그룹사 지원

2021-03-10 17:25
애틀랜타에 인력 파견해 지난달 법인설립
"아직 규모 제한적…현지서 IT파트너 협업"
배터리생산 SK이노 등 계열사IT 지원할 듯
기존현지법인 모바일결제사업 정리 5년만

SK㈜ C&C가 10년전 도전했다가 물러났던 미국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현지에 본사 파견 인력이 일하는 법인을 두고 한국법인의 현지 IT파트너와의 소통창구 역할과 미국 현지 사업을 본격화하는 SK그룹 계열사 IT인프라 지원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SK㈜ C&C의 미국법인은 일단 본사 지휘로 움직이는 해외 지사일 뿐이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지만, 사업모델 전환 기회를 타진해 3~4년 내 기업가치 3배 목표 실현에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SK㈜ C&C 관계자는 올해 1월 현지에 정준화 미국법인 대표를 파견했고 지난달 사무실을 임대하면서 정식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소규모 조직으로 미국법인이라기보다는 (국내 지휘하에 움직이는) 해외지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업목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SK그룹 계열사의 현지 사업에 필요한 IT인프라 구축·운영과 SK㈜ C&C와 협력 중인 미국 IT기업들과의 소통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글로벌애틀랜타'에 따르면 SK㈜ C&C 미국법인은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귀넷카운티에 속한 둘루스(Duluth) 시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조지아 경제개발부와 귀넷카운티 당국이 SK㈜ C&C와의 투자 협력을 발표했으며, SK㈜ C&C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부문을 비롯한 SK그룹의 미국 사업을 위한 IT 지원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귀넷카운티에 인접한 잭슨카운티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제1 공장 조감도(왼쪽)와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박성하 SK㈜ C&C 대표는 올초 신년사를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3~4년 안에 3배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자산 기반의 사업모델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특화 제품·서비스 라인업을 강화하는 수직계열화 솔루션(vertical solution) 공급 전략과, 여러 제공자의 퍼블릭클라우드를 함께 쓰는 기업의 복잡한 IT환경을 효율적으로 구축·운영할 수 있는 멀티클라우드 매니지드서비스공급자(MSP) 역할을 키우기로 했다.

SK㈜ C&C는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SK그룹 계열사의 각 산업에 특화된 IT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수직계열화 솔루션 공급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에 초점을 맞춰 협력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IBM 등 본사가 미국에 있는 IT분야 기업들과 기존 협업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현지 사업을 위한 추가 파트너십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C&C의 미국시장 진출은 지난 2010년에도 있었다. 그해 9월 결제솔루션기업 '퍼스트데이터'와 손잡고 북미시장에서 '신뢰서비스관리(TSM)'라는 결제보안솔루션 공급과 모바일 전자지갑·선불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본격화한 2011년 4월에 연매출 목표로 그해 2000만달러, 2013년 1억달러를 제시하고, 이 분야 솔루션에 '코파이어(CorFire)'라는 브랜드를 부여해 5월 정식 론칭했다. SK㈜ C&C는 2013년까지 협력사를 늘리며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SK㈜ C&C는 미국에서 코파이어 모바일커머스 솔루션 사업을 접고 이를 운영하던 미국법인도 2015년께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에 당시 미국법인인 'SK C&C USA'가 코파이어의 브랜드, 기술,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사업의 지분 80% 가량을 미국 모바일커머스업체 모지도(Mozido)에 넘겼다. 모지도는 2015년 9월 지분 인수절차를 마무리해 자사 클라우드기반의 자체 결제플랫폼에 코파이어의 기술을 통합하고 시장입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거래에 따라 SK C&C USA는 SK㈜ C&C의 100% 자회사에서 SK㈜ C&C와 모지도의 모바일커머스 솔루션 합작사(JV)로 전환됐다. 당시 SK㈜ C&C는 SK C&C USA의 지분 20% 가량을 보유하면서 모지도로부터 SK C&C USA 지분 매각 대금 332억원과 모지도 본사의 지분 1.5%를 받게 됐다. 이후 SK㈜ C&C는 코파이어와 모지도의 협력에 기반한 모바일커머스 시장 성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공식 철수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2016년 이후 미국법인 관련 정보도 확인되지 않는다.

SK㈜ C&C의 미국 재진출 요인 중 하나는 SK이노베이션의 현지 투자다. 작년 9월 SK이노베이션은 26억달러(약 3조160억원)을 들여 조지아 잭슨카운티 커머스 시에 전기차 배터리 제1·2 공장을 짓고있으며 이로써 잭슨카운티에 26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제1공장은 올해 상반기 시험가동, 내년 양산 단계에 들어간다. 제2공장의 양산 가동 예정 시점은 오는 2023년초다. 두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매년 전기차 43만대분량의 50㎾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SK㈜ C&C의 미국 재진출 시기에 맞춰, SK㈜의 영문명칭 변경도 추진되고 있다. SK㈜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영문명인 'SK Holdings Co., Ltd.'를 'SK Inc.'로 바꾸는 안건을 상정한다. 지주회사를 의미하는 단어 'Holdings'를 뺀 이유는 SK㈜가 자회사로부터 배당금과 상표권 로열티, 부동산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순수지주사보다는 '투자형 지주회사'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의 영문명칭 변경안에서 'SK' 뒤에 붙는 Inc.는 주식회사(incorporated)의 줄임말이다. 기존 'Ltd.'는 유한책임회사(limited)를 줄인 표기인데, 둘 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영문명칭 표기에 쓰인다. SK㈜ C&C 관계자는 관련 문의에 "주주총회에서 영문명칭 변경 안건 상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그는 표기변경 배경으로 "투자활동이 많은 법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기를 따르고자한 것 같다"며 "(표기 변경 검토는) 국문명칭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박성하 SK㈜ C&C 대표. [사진=SK㈜ C&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