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명과 암]③쿠팡 상장...롯데·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 재검토
2021-03-09 18:07
추락하는 신용도 개선 절실...업계 경쟁 심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 가운데 롯데그룹과 신세계 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주체는 아직 미정이지만 두 그룹 내에서는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마트 산하에 쓱닷컴(SSG.com)이 있지만 아직 오픈마켓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과거 신동빈 회장이 쿠팡을 겨냥한 발언을 하면서 이번 참전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신 회장은 “매년 적자를 내도 보전 받는 기업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며 롯데온 육성에 주력할 것을 암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독보적 주체가 없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외형만 보면 온라인 업체가 승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업계 난입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쿠팡이 주문부터 배송까지 이어지는 원활한 체계를 구축하면서 경쟁사들이 소비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더욱 커졌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물류 인프라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측면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과 격차가 벌어질수록 따라잡는데 필요한 자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가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점도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카카오 또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말 그대로 ‘난전’이 예상된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각각 지난 2019년과 2020년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됐다. 양사 모두 AA0를 부여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비우량채(A급 이하)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 차입 등을 통한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면 자금조달은 단연 어려워진다.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과감히 인수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당분간 경쟁이 불가피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정적’ 등급 전망을 보유한 이마트도 인수에 따른 부담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IB관계자는 “롯데나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손을 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종 자체가 진입장벽이 없어 당분간 비용이 수익을 넘어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오프라인 유통 생태계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롯데와 신세계는 기존 사고 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