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조병규·박혜수·지수 '학폭' 논란에 KBS 진땀 흘리는 이유?
2021-03-04 00:00
신규 예능·드라마 출연 연예인들의 잇따른 의혹
연예인들의 연이은 '학교 폭력' 논란에 방송가에 '빨간 불'이 켜졌다. 도를 넘는 폭력 수위, 집단 따돌림 사례,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정황 등으로 대중의 공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학교 폭력' 논란에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싸늘해진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가운데 소속사만큼이나 진땀을 흘리고 있는 방송사가 있다. 바로 KBS다. 학교 폭력 논란으로 가장 떠들썩했던 배우 조병규, 박혜수, 지수가 올해 기대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의 '얼굴'을 맡았기 때문.
먼저 가장 긴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건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조병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조병규 학교 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고, 조병규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무분별한 악성 댓글과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자 당사는 경찰 수사를 정식 의뢰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병규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학교 폭력' 여파는 셌다. 조병규가 '국민 MC' 유재석과 함께 메인 MC를 맡기로 했던 KBS 새 예능 '컴백홈' 측은 그의 출연을 보류했다. 당시 제작진은 조병규의 출연을 다각도로 검토한다고 했으나,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그의 출연을 반대하는 청원 게시물이 게재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드라마 '청춘시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혜수의 차기작 '디어엠'도 편성이 연기됐다.
하지만 박혜수가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이며 제작발표회가 취소됐고, 첫 방송도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박혜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두 명이 아닌 데다가 '피해자 모임'까지 만들며 논란은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 이로 인해 '디어엠' 출연진들이 홍보를 위해 '정은지의 가요 광장'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출연을 결정했으나 방송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리고 박혜수의 학폭 의혹이 제기된 지 4일 만에 '출연자 관련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프로그램의 완성도 제고'를 이유로 들어 첫 방송 연기를 결정했다.
드라마를 기다려온 시청자들과 드라마 출연진 팬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디어엠'의 경우 사전 제작으로 이미 모든 촬영이 완료된 상태. KBS와 제작진은 큰 고민에 빠졌다. 제작진은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상태. 방송 시기에 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박혜수 소속사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논란의 진실은 수사기관이 파헤치게 됐다.
올해 기대작이었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의 첫 방송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은 KBS는 또 한 번 '날벼락'을 맞게 됐다.
지난달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주인공 지수가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인 것.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수와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의 학교 폭력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중 A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의 서라벌 중학교를 나온 김지수(배우 지수)와 동문"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김지수는 또래들보다 큰 덩치로 2007년 중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일진으로 군림하여 학교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괴롭힘이란 단어로 모든 걸 정의하기엔 부족한 왕따, 폭력, 협박, 모욕, 욕설 등 온갖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 지수가 부모님을 욕보이는 패륜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피해자도 있다고 말해 대중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에 시청자들은 지수의 드라마 하차를 두고 국민 청원까지 하는 상황. 소속사는 물론 드라마 제작진과 KBS까지 진땀을 흘리고 있다. '달이 뜨는 강' 역시 '디어엠'과 마찬가지로 80% 사전 제작을 마친 상태. 현재 엔딩 신 촬영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학교 폭력' 여파가 드라마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결국, 지난 3일 지수 소속사 키이스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소속 배우 지수에 대해 작성된 게시글과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키이스트는 "본 사안을 중대히 인지하고 사실 확인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라며 "지목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상당히 흘렀기에 사실 여부 및 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함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해당 사안에 대해 안내 드리는 이메일로 제보를 받고 왜곡 없이 사실 그대로 취합하겠다. 게시자 및 사안을 제기한 분들이 허락한다면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 사실관계 파악과 더불어 배우 당사자 및 당사는 해당 사안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등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다만 이와는 별개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는 내용 중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을 지속해서 생성 및 게시하는 유포 글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폭력'과 관련한 진실 공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라고 인정하거나 사과한 이들은 없다.
공영 방송인 KBS는 이러한 진실 공방 속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긴 시간 피, 땀, 눈물을 쏟은 프로그램이 방송 전부터 외면당하는 건 물론 방송 편성마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
게다가 방송을 기다려온 시청자와 또 다른 출연진, 진실 공방 속 '진짜 피해자'가 겪을 고통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받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학교 폭력' 진실 공방과 더불어 이후 대처 또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