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뒷끝 '한방'] 수사·기소 분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21-03-02 17:22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등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일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국회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일종의 여론전을 한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윤 총장이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발언이 윤 총장이 대구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하기 하루 전날 보도됐을 뿐만 아니라 4월 7일 예정돼 있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인사청문회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서 윤 총장이 했던 말을 살펴보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는 평도 나온다.
일단 윤 총장 인사 청문회 당시 발언들을 살펴보면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읽힌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점차 분야별로 떼어내서 수사청을 만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석열 검찰총장(당시 후보자) : 저는 아주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맥락상 수사청 설립 이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윤 총장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언이 SNS를 통해 유통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왜곡·오도(誤導)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윤 총장 취지를 완전 왜곡하고 있다. 알고 했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고, 몰랐다면 검찰 제도 이해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인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수사와 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궁극 목표임은 정파 불문 모두 동의했던 사안이었다. 다른 이는 몰라도 보수계열 의원들과 윤석열 등은 이 실천에 감사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성 글이다.
조 전 장관이 앞뒤 맥락을 자르고 보도했다는 주장인데,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윤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보자께서는 평소 사석에서 검사 업무의 우선 순위는 첫째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업무고 둘째가 경찰 수사 지휘 셋째가 경찰이 보낸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우선순위는 네번째라고 보도가 됐는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궁극적으로, 장기적으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유지를 한 채, 협력관계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어떤 수직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적법절차를 지키도록 통제하는 기관을 유지한 채 직접수사 기능은 사실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취지입니까.
윤석열 검찰총장(당시 후보자) :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은 직접 수사를 축소하기 위해 조세·마약 부분을 떼어내 별도 수사청을 두는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조직범죄수사청 △조세범죄수사청 △식품의약품범죄수사청 △금융증권범죄수사청 등을 만들어 이 수사청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는 이 수사에 대한 지휘와 기소만 담당하겠다는 취지다.
윤 총장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꾸준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에 서 있다”며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경찰에 '일차적 수사종결권' 부여하면 '법치'가 몰락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법개정되었으나 몰락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