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호중 "文 패싱 있을 수 없는 일...수사청 속도조절 언급 안 했다"

2021-03-02 00:00
"검찰개혁 시즌2,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지는 것"
"文 대통령, 검찰개혁 속도조절론, 한마디도 없었다"
"4‧7재보궐선거, 與 승리할 것…민생경제 돌아봐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황재희 기자] 당·정의 숙원인 검찰개혁을 두고 최근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이는 인물이 있다. 검찰개혁의 중단 없는 추진과 함께 적절한 중재를 끌어내는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그 주인공.

윤 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 1'에 이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시즌 2'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수사청) 설치를 위한 입법을 이달 내에 마무리하고,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1년 후 시행하는 플랜을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다. 1분 1초를 '선당후사 정신'으로 뛰는 윤 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라는 당 안팎의 요구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에서 윤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검찰개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통령 인사권, 전적으로 文대통령 권한"

-법무부의 검찰 인사 재가를 둘러싼 정상적인 절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대통령 패싱설'을 제기하는데.

(앞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표한 바 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이견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 없이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승인받아 이를 발표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가운데 인사 재가 과정마저 논란이 되며 패싱 의혹이 제기됐다.)

"패싱은 있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 신 수석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한 만큼 이번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본다.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복귀하기로 결심했을 때, 이번 문제가 거취를 결정할 정도의 결심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장관과 수석 사이 대통령을 모시는 방식이랄까, 그런 것이 좀 차이가 나서 그런데 서로가 이해했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을 놓고 '유임된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4월 교체설', '7월 교체설' 등이 나온다.

"대통령 비서진에 대한 인사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앞으로의 일을 추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檢개혁 시즌2, 검사 본연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를 맞아 '검찰개혁 시즌 2'의 막이 올랐다. 핵심은 검찰 조직을 '수사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른바 수사·기소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추진의 당위성은 무엇인가.

"우선 검찰이 6대 주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에 대해 수사개시권을 갖고 있는데, 그런 권한과 기소권을 함께 갖게 되면 수사에 대한 의욕이 앞서고 또 검사의 개인적인 편향이나 그런 것들 때문에 불공정한 수사나 인권침해적인 수사들이 이뤄질 수 있다. 그것이 또 그대로 기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맹점이 아직도 있다. 이런 것들이 최근의 사건 수사와 관련해 선례들이 발견됐기 때문에 이제 시즌 2의 검찰개혁을 통해서 검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놔야 검찰이 범죄수사, 그러니까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민인권보호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직접수사 대상이 6대 범죄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6대 범죄를 수사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놓고 검찰 조직의 사실상 해체를 뜻한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수사청 신설로 인해 검사의 수사개시권만 없어지는 것이다.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권한은 계속 있다. 검찰에 권한을 많이 남겨놓으면 검찰개혁이 제대로 안 됐다고 하고, 많이 하면 검찰이 해체되는 게 아니냐고 한다. 실제로 미국검찰은 직접수사권과 2차적 보완수사권도 전혀 갖고 있지 않지만, 수사를 기획하고 끌고 가는 데 문제가 없다. 법적으로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놓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에 아주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다."

-여권 내부에서도 영장청구권을 둘러싼 견해차가 불거졌던 것으로 안다. 

"헌법상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청구하게 돼 있다. 기소도 마찬가지다. 검사가 없는 조직에 영장청구권을 둔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왜 그런 논의가 있었다고 기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개혁 속도조절론, 한마디도 없었다"

-여당이 수사청을 밀어붙이는 사이,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속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속도를 조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가 이내 이를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무엇이 진실인가. 

"(검찰개혁) 속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을 통해 올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되니 검찰 제도의 변화를 안정화시켜가면서 총체적인 범죄수사 역량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검찰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라고 하신 만큼 당에서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당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를테면 현재의 검찰을 수사개시권이 없는 그런 검찰청과 6대 범죄에 수사권을 가진 수사청으로 나누자는 것인데, '나누는 시기를 언제로 할 거냐', '이를테면 1년 정도면 그런 기관을 출범시키는 데 충분하냐,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냐' 등의 정도다. 3월에 법안을 제출하고 6월에 처리하는 일정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많은 진보진영 학자 원로들도 그렇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초반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인정하나 계속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저희(더불어민주당)는 130명의 의석이었는데, 실제로 20대 국회가 끝나는 만 3년 동안 법 개정을 통한 사법‧검찰개혁이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서 재작년 말, 작년 초에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렵게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제도개혁이 상당히 늦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174석을 갖고 있는데, 과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20대 국회의 검찰개혁으로 끝나고 더 이상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께서 21대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미처 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할 것, 민생경제 돌아봐야"

-정치 이슈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미니 대선'인 ​4‧7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전망하나.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여권 내 중진 의원으로서 문 대통령 중반 이후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텐데, 임기 끝까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6월 국회에서 수사청 설치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틈틈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경제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국민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법사위원장을 맡기 전에는 경제와 관련한 상임위 활동을 해왔다. 코로나19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민생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한말씀 해달라.

"지역구인 경기도 구리시에는 디지털 뉴딜에 부합하는 차원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시티가 기획되고 있다. 성공적으로 추진시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주택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누구인가

1963년 3월 27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서 태어난 뒤 가평중학교와 춘천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운동권에 뛰어들어 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1984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폭행 주동자로 지목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1987년 특별 복권됐고 2006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서 명예회복 조치됐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에 복귀하며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창당기획단 기획위원으로 창당 작업에 참여했으며, 당의 부대변인으로 정권교체에 기여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에서 행정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경기도 구리 지역구에서 당선돼 19‧20‧21대 4선 의원을 지내고 있는 윤 위원장은 2018년 9월 이해찬 전 대표에 의해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돼 21대 총선 시스템공천을 지휘했다. 총선공천제도기획단장과 총선기획단장,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천 작업을 주도한 결과, 단 한 명의 현역의원도 공천결과에 반발하지 않은 기록을 세우며 여권 180석의 승리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