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립→대한민국 정부 수립' 前교육부 직원 집행유예

2021-02-26 09:08
정권 바뀌자 필자동의 없이 무단 수정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실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들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등학교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 문구를 정권이 바뀌면서 집필자 동의 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무단 수정한 교육부 직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형사5단독(박준범 판사)은 전날인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A 전 교육부 과장급 직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육부 파견 교과서 편찬 업무에 관여하는 지방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사 B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교과서 출판사 직원은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받았다.

A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집필된 2018년용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을 무단으로 수정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는 등 213곳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하 직원을 시켜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A씨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바꿔 달라는 전화 요청을 한 차례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편찬위원장을 완전히 의사 결정에서 배제했다"며 "실무자 전화 부탁을 교육부 최종적·공식적 입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민국 수립' 문구 지적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정반대 행위를 한 건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른 직원에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문구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허위 민원을 제기하라고까지 했다"며 유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