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되는 금융리스크] 역대급 대출 증가에도 은행 연체율은 ‘최저’

2021-02-25 08:00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가계대출이 역대급으로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출 잔고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차주를 위한 대출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정책이 연장을 거듭하면서 연체율이 낮게 집계되는 ‘착시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49조90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89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1.3%의 증가율을 유지해왔지만, 하반기 들어 증가폭이 커졌다. 지난해 3분기에만 전분기보다 2.6% 증가한 29조1000억원의 대출이 늘었으며, 4분기에는 3.1%(35조5000억원) 늘어 연중 최고 증가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큰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 호황으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 속 주택을 매입하려는 자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대출 잔고가 가장 많은 은행권의 연체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달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차주별로 살펴봐도 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월보다 0.08% 떨어졌는데, 이중 중소기업의 경우 연체율이 0.36%로 0.1%포인트나 줄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2%로 집계돼 같은 기간 0.0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대출의 연체율은 0.34%로 0.09%포인트의 감소폭을 보였다.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지속 낮아지는 현상은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실행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의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오는 3월 31일까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정부는 이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따라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연체 수준은 연체율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이들의 이자는 납입되지 않지만, 장부상에는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는 것으로 잡힌다. 받지 않고 있는 이자도 ‘정상상환’으로 분류돼 이에 따른 ‘착시효과’가 발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