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줄세우기]①수년째 태평양·광장 2위 경쟁…김앤장 부동 1위

2021-02-22 08:00
특허·해외법인 매출이 순위 변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 년 전부터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 매출 순위가 공개되면서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경쟁을 벌이는 동안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대 로펌은 총 2조5000억원 상당 매출을 거뒀다. 김앤장이 1위 자리를 지켰고, 태평양과 광장이 그 뒤를 따랐다.

1위와 2·3위 간 격차는 7000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차이가 났다. 하지만 2위와 3위 격차는 2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특허·해외법인 매출을 포함해 김앤장은 지난해 1조1000억원가량 수입을 올렸고, 이어 태평양 3505억원, 광장이 3350억원이었다.

태평양과 광장은 여러 해 동안 매출 신경전을 벌여 왔다. 특히 로펌별 공식 발표가 아닌 세무당국 등을 통한 집계에 따른 수치여서 실제와 차이가 나기도 한다.

특허법인과 해외법인 매출 포함 여부도 변수다. 일반기업에 비추어 보면 지주회사(모회사)와 종속회사(자회사) 실적을 한 데 묶어 '연결' 기준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개별'로 계산하느냐의 문제다.

전반적으로 매출 공개는 태평양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오랫동안 국내 로펌 순위는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순으로 인식돼 왔다"며 "그러나 매출이 공개되면서부터 태평양 입지와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로펌들 사이에서 2위가 중요한 이유는 '사건 수임' 때문이다. 원고와 피고 중 어느 한쪽이 먼저 업계 1위인 김앤장에 변호를 맡긴다면, 상대방은 당연히 2위 로펌을 찾기 마련이다. 비용이나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도 1위가 부담스러우면 2위에 손을 내밀게 된다.

이 관계자는 "김앤장과 격차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그래서 2위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4~6위 로펌들도 순위 경쟁에 불이 붙었다. 6위 화우는 지난해 매출이 2100억원으로 기존 율촌·세종 2파전에 도전장을 던졌다. 율촌은 매출 2450억원을 달성해 4위를 기록했다. 특허·해외법인 매출이 반영되지 않고도 전년 대비 10% 성장해 눈길을 끈다. 세종(5위)도 마찬가지로 국내 매출만 2265억원을 거둬 1년 새 9% 성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로펌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가치는 어떤 변호사가 구성원으로 있느냐는 '변호사 풀(pool)'에 있는데 매출 공개가 이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전적으로 10대 로펌을 따질 때 소속 변호사 수와 그 면면을 중요하게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얼마나 유명한 변호사를 많이 확보한지가 법률서비스 역량을 좌우한다"며 "개인 변호사 역량이 사건 수임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로펌 순위는 단순히 (통합) 매출 수치가 아닌 1인당 매출 등 복합적인 지표로 매겨져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