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패소' SK이노, SKIET 상장으로 급한 불 끈다

2021-02-19 05:05
LG와 합의 실패땐 美 시장진출 타격
2조원 이상 합의금 지급 위기 지속
자회사 IPO 순항···자금난 해소 기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이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다소 변수가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기본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실패한다면 향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합의금 액수다. 업계에서는 최소 2조원 수준으로 예상돼,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하기에 만만치 않다. 그나마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기업공개(IPO)가 순조롭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SKIET의 상장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조달 고충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18일 배터리·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이달 중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통보 받은 후 큰 변수가 없다면 늦어도 4월 중 IPO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SK그룹이 SKIET와 동시에 SK바이오사이언스 IPO를 추진하고 있어 다소 일정의 변수가 있으나, 양자 모두 4월 이후까지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해당 조치는 60일 동안 양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바로 실행된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향후 LG에너지솔루션과 소송 관련 합의를 진행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1·2공장을 향후 문제없이 가동하려면 서둘러 수입금지 조치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탓이다. ITC 조치에 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변수가 있으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조원 이상 합의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시각차가 큰 SK이노베이션은 당장 합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극적으로 합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를 대비해 SK이노베이션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조치가 발동되기 전 마무리되는 SKIET의 IPO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전문 자회사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도 생산한다.

현재 SKIET의 지분 90%를 SK이노베이션이, 10%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SKIET의 기업 가치를 약 5조~6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상장하며 구주 매출을 단행할 경우 최소 1조원의 현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이외에도 페루 광구와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페루 광구는 페루 정부의 승인 보류로 매각이 지연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 윤활기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소수 지분 매각 역시 상반기 이후에야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SKIET의 상장만이 확실한 자금 조달 기회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패소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SKIET의 상장으로 다소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IET 직원이 배터리 분리막 제조 공정을 검사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