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제] 마오타이酒 학자에 최고 과학권위자 '원사' 호칭이 걸맞을까

2021-02-18 15:41
마오타이그룹 양조전문가, 중국공정원 원사 후보군 오르자 '논란'

왕리 마오타이그룹 최고품질관리자
[사진=웨이보]

중국에서 과학과 이공 계통 최고 학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호칭인 '원사(院士)' 후보군에 바이주(白酒, 고량주) 전문가가 오른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대표 바이주 기업인 마오타이(茅台)그룹의 총공정사이자 최고품질관리자 왕리(王莉)가 최근 구이저우성 과학기술협회(이하 협회) 추천에 따라 중국공정원 원사 후보군에 올랐다고 베이징만보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1994년 서북경공업학원(현 산시과학기술대) 식품학과를 졸업한 왕은 마오타이그룹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마오타이그룹에 몸을 담은 양조 전문가다. '마오타이 술 생산과정 속 미생물 연구과정' 등 논문 105편을 썼고, 특허 등록 건수만 약 80개다. 

왕이 원사 후보군에 올랐다는 소식은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18일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원사는 중국 과학기술계 최고 명예호칭으로, 국가 사회 과학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사람에게만 부여하는 것이다.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원사를 통틀어 모두 1600여명이다. 중국 코로나19 방역 핵심 책임자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술 전문가에게 이 호칭이 적절하냐가 문제가 된 것이다. 양조 기술 연구 노력이 과연 중국 과학기술 진흥에 기여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현재 마오타이 그룹이 중국 바이주를 대표하는 간판 기업으로 떠오른 데다가, 구이저우성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업인 것을 감안해 협회가 추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학연구 기술을 평가하는 원사 자격에 시장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왕리가 원사 칭호를 부여받으면 최대 수혜자는 마오타이를 비롯한 바이주 기업이라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관영언론도 목소리를 냈다. 중국 중앙인민방송국(CNR)은 이날 평론에서 "왕리가 원사 후보군에 오른 것을 놓고 각종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관계자들은 이번 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협회 측은 "왕리의 수상 경력, 논문, 특허 등을 고려해 그를 추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원사가 될 자격을 갖췄으며, 단지 마오타이 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이슈가 된 것"이라며 왕리의 원사 호칭 부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에서는 앞서 지난 2011년 담배 전문가인 셰젠핑(謝劍平)이 원사 자격을 수여받아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