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아니라지만…시장은 우려한다

2021-02-17 17:37
10년물 미국 국채금리 오름세 계속
대규모 재정정책에 물가관련 불안↑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언급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거래일 기준으로 나흘 연속 오르면서 연일 연중 최고치 기록을 깨고 있다. 16일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는 1.311까지 치솟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밀고 있는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과 유가 상승 등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 국채시장이 이처럼 강력한 인플레이션 신호를 보내면서 주식시장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16일 뉴욕증시에서 연일 이어지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거침없는 국채 금리의 상승 움직임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다.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제공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은 당분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기회복도 확연한 회복의 지표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단기간 상승을 이어간 만큼 들썩이는 금리 추이에 따라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연준 "아직 인플레 걱정할 때 아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인플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연준이 걱정했던 것은 오히려 '저물가'였기 때문이다.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청문회는 물론이고 이달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옐런은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는 물가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mystery)'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완전히 재개되고 소비가 분출하면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는 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연준은 작년 평균 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물가가 연준의 타깃인 2%에 도달하더라도 이를 한동안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위험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16일 데일리 총재는 연설을 통해 "원치 않는 인플레이션이 곧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할 경우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경제에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 이와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 침체 상황에서 쏟아부은 대규모 부양책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오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와 연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았던 8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패키지가 위기를 확실히 타개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으며, 이것이 오히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고통의 시간을 길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 CEA 위원장을 지낸 오스탄 굴스비는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의 대규모 부양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 역시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올 들어서 40%↑··· "너무 큰 재정확대, 연준의 금리인상 불러올 수도" 
정부와 연준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최근 채권시장의 움직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40%가 넘게 올랐다. 1% 이하를 기록하던 10년물 국채금리가 1.3%를 돌파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3개월 안에 30~40bp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지난 14일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서 향후 금리가 1.50~1.6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시장에는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OE는 금리 급등으로 고등급 회사채가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입 축소로 바꾼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OE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금리가 예상처럼 완만하게 오르면 주식이나 다른 위험 자산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이 풀리면 예상보다 빠르게 물가가 올라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줄지 않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 정부의 부양책 규모가 경제적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했다. 또 이를 줄이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달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구매력이 줄고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올려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경제는 다시 침체를 맞게 될 수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모든 요소를 들여다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경기 부양을 너무 심하게 밀고나갈 경우 일부 과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