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5세 접종 뒤로 미룬 정부…'고위험군' 접종 스케줄 차질 불가피

2021-02-15 17:58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과성' 논란이 불거졌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일단 만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키로 했다. 고령층 접종 효과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임상 정보를 추가로 확인해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접종 계획이 처음부터 흔들리면서 '고위험군' 접종 전략에 차질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 국민 신뢰도가 떨어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전문가 "고령층 접종 연기, 정부 책임 회피하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결정을 연기한 데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반기까지 수천만명에게 접종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고령자 접종이 연기됐다고 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진 않더라도, 1~2분기에 집중적으로 접종해야 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자료만으로도 고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미 한 차례 고령층에게 접종이 연기된 백신을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접종을 권고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요양병원에 빨리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닌데, 정부는 자기 살자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꼬집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상반기 공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데 큰일이다"라고 했다.

또 김 교수는 고령자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나라들과 국내의 사정은 다르다고 부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승인을 미루거나 고령층 대상 접종을 하지 않는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화이자, 모더나 등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백신을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접종 연령을 65살 미만으로, 핀란드는 70살 미만, 폴란드는 60살 미만, 벨기에는 55살 미만으로 권고한 상태다.

◆ 이달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

정부는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용해 접종을 시작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24일부터 전국 보건소로 전달된 뒤, 26일부터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와 고위험 의료기관 근무자, 코로나19 역학조사·검역·방역요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등에게 순차적으로 접종될 예정이다. 해당 백신 초도 물량은 총 75만명분(150만회분)이다.

원래 1호 접종 백신이었던 화이자(5만8500명분, 11만7000회분)는 도입 일정이 2월 말∼3월 초로 밀렸다. 이와 함께 기존 화이자 백신의 접종 대상이었던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약 5만5000명 접종 역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은 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들어온다.

◆ 요양병원·시설 65세 미만 먼저 접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26일부터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약 27만2000명에게 우선 투여된다. 이후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35만4000명에 대한 접종은 3월 8일부터, 방역·역학조사·검사·검역 요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7만8000명에 대한 접종은 3월 22일부터 시작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차 접종은 2~3월, 2차 접종은 4~5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1분기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약 4만9000명과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77만6000명 등 총 82만5000명을 접종하기로 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을 보류하면서 순서가 변경됐다. 1분기에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백신이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제품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우선 접종 대상이었던 고위험군부터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 의료기관·보건소 등서 접종

접종 대상자는 등록시스템에 사전 등록된 접종 대상자 명단 확인과 수정·보완을 거쳐 오는 19일 보건소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대상자 확정 후에 새롭게 입원하거나 채용된 종사자는 올해 2~3분기 연령대별 접종 순서에 따라 접종하게 된다.

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는 지역과 시설 상황에 따라 보건소에 방문해 접종할 수 있다. 병원은 자체 접종을 진행하며,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설(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등)은 보건소 방문팀이나 시설별로 계약된 의사가 방문해 접종한다. 방문팀 인력은 의사와 간호사 각 1명, 행정인력 2명 등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시설의 경우 접종 중 중증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의약품과 응급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역학조사·검역·방역요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은 보건소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고위험 의료기관 보건의료인은 의료기관 자체에서 접종한다.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맞게 될 화이자 백신은 중앙예방접종센터를 시작으로 권역별 예방접종센터, 자체 접종으로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1주차엔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접종한다. 2주차부턴 권역별 예방접종센터에서 권역 의료기관 내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며, 이후엔 중앙·권역예방접종센터, 통합물류센터, 코로나19 치료병원 간 일정을 조율해 백신 배송과 자체 접종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현재 명단에 대한 부분들은 접종 의사와 동의 여부를 확인해서 현행화 하고 있다"며 "확정되면 숫자가 명확해질 것이다. 단지 기관 수를 전체로 하면 (시설당 접종 대상자는) 평균 46명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