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여전히 미스터리 '北 원전 문건'...4대 핵심 쟁점

2021-02-09 11:24
산업부·가스공사 '탈원전' 한창일 때 北 원전논의...커지는 의혹 체크

산업통상자원부가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 [사진 = 연합뉴스 ]



'북한 원전 건설 검토' 문건 의혹이 불거지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원문을 공개하며 논란 해소에 나섰지만, 오히려 의혹은 커지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가스공사도 북한 원자력 협력과 관련된 보고서를 만든 것이 드러나면서 관련 논쟁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① 산업부 원전보고서는 무엇?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8년 작성한 문건으로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원전을 다시 지어주는 방안 △비무장지대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서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6쪽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작성 시기는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로 추정된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산업부는 당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부서별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이 비교적 상세하게 작성된 데다 감사원 조사를 앞두고 급히 삭제된 정황까지 밝혀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② 같은 기간 가스공사에서도 '北 원전 보고서'?

게다가 같은 기간 한국가스공사도 원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8년 7월 연구용역비 약 5100만원을 지불하고, 국민대 산학협력단(단장 차주헌 기계공학부 교수)에게 ‘북한의 에너지현황 및 천연가스사업 협력방안 연구’ 보고서를 의뢰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북한 원전 건설의 장단점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도 "스터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야당은 두 보고서 모두 문재인 정부가 원전 1호기 가동 중단을 결정하면서 '탈원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던 때 작성됐다는 점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다. 탈원전 정책이 동력을 받고 있을 때 실무진급에서 정부 정책에 반하는 북한 원전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직원 자의로 당시 정부 기조와 반대되는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도, 삭제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윗선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③ 산업부·가스공사 '탈원전' 한창일 때 北 원전논의?

실제로 산업부와 가스공사가 원전 건설 문건을 작성했던 2018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을 때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4월 당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담당 과장에게 월성 1호기 가동을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 받은 뒤 "너 죽을래"라고 질책한 뒤 '즉시 가동 중단'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당시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에도 그에 맞는 평가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탈원전 정책 추진에 전 부처가 매진한 '서슬퍼런 시기'였단 얘기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은 "문건의 내용을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으로 볼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탈원전’이 강요되던 상황에서 이에 배치되는 문건을 순전히 개인 생각으로 만들 공무원은 없다”고 말했다.

④ 산업부 직원 아이디어 차원 문건인데 구체적? 

산업부가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은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 있다. 1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산업부는 이를 가장 설득력이 있는 방안으로 꼽았다. 이 지역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추진 당시 북한이 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비무장지대(DMZ)에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를 도입하는 방안과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각각 2안과 3안으로 언급됐다. 또한 미국과의 협조 문제, 국민적 합의 등도 담겨 깊숙한 정도로 검토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⑤ 원전 문서 받은 뒤 난데없이 원전 강조한 김정은, 신년사에 반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전 보고서를 건네받은 뒤 2019년, 신년사를 통해 갑자기 원전을 언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2014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공식 석상에서 네 차례 '원전'을 언급했고 집권한 뒤 원자력공업총국을 원자력공업성을 승격시키기도 했다. 앞서도 원전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원자력 발전 능력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신년사에서 "나라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어랑천발전소와 단천발전소를 비롯한 수력발전소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발전능력을 전망성있게 조성해 나가며"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2016년 5월 4∼7일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 이행을 강조하며 원전 구상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수력을 위주로 하면서 화력에 의한 전력생산을 합리적으로 배합하고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높이며 다양한 자연에네르기(에너지) 원천을 적극 이용하여 국가적인 에네르기 수요를 자체로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