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뉴 패러다임, ESG] 대세로 자리잡은 ESG…금융투자업계 올해가 “ESG 원년”
2021-02-09 00:10
ESG. 영어 단어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신조어는 지난해와 올해 세계 금융과 투자 업계 그리고 경영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 열풍은 기업이 단순하게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와 지구 전체를 위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확산하고 있다.
어느새 투자나 경영을 얘기할 때 ESG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됐다. 올해 주요 금융기관 및 관련 공기업 기관장들의 신년사도 ESG가 도배하다시피 했다. 한국투자공사(KIC)의 최희남 사장은 얼마 전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ESG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추세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KIC도 국부펀드가 아니라 세컨드 티어 투자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의 대표적 `ESG 전도사'인 최태원 SK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CEO세미나에서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새로운 규칙이 돼야 한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ESG를 기업 경영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아무도 ESG 투자와 ESG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한화자산운용의 김윤식 FI사업본부 전략팀장은 “ESG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제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환경 문제도 그렇고 기업 가치를 단순히 수익보다는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하는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가 국내 ESG 원년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한 제도가 정비되고 주요 투자 및 금융 기관들도 관련 업무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SG 평가 체계를 표준화하고, 투자 성과에 대한 검증, 관련 정보 공시 제도 개선 등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ESG 대세'가 굳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어 2030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ESG 관련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업계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도 `ESG 대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발주한 ESG 평가 체계 수정 및 개발과 관련한 외부 용역 연구를 얼마전 마치고 이를 주식이나 채권 투자시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발을 벗고 나섰다. 주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앞다퉈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도입했고 `탈석탄' 등 친환경 행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해 27개국 425개의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ESG 투자가 향후 투자 결정 및 성과 프로세스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답변했다. 또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응답자 중 86%는 지속가능투자가 이미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거나 향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이 ESG 투자 강화를 시사한 지 두달 만에 금융위원회가 ESG 의무공시를 발표했다. 어느덧 ESG 투자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주류(Mainstream)로 자리잡았고, 실제적인 투자 방침의 설정, 규제 마련, 상품 개발 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해를 거듭하며 ESG에 대한 논의는 실효성 여부를 넘어 새로운 차원에서 진행되도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사태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은 ESG 투자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ESG는 이제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