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80달러" 치솟는 국제유가…움직이는 헤지펀드

2021-02-08 15:00
WTI 3월물 56.85달러…1년여 만에 최고치
브렌트유, 8일 시간외 거래서 60달러 돌파
백신접종 등 코로나19 완화에 대한 기대감
헤지펀드 "유가 80달러 간다" 상승에 투자
엑스모빌 등 석유·가스 관련 종목 주가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을 기록하는 약세를 보였다.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했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62달러(1.1%) 오른 배럴당 56.8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주간(1~5일) 상승률 역시 9%를 기록,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기준 8일 오전 12시 34분 시간외 거래에서 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1.20% 뛴 배럴당 57.5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5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했고, 이날 시간외 거래에선 배럴당 60달러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WSJ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감산 노력과 일부 지역의 수요 회복 조짐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예상보다 빠른 재고 축소 역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17%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고, 모건스탠리는 세계 원유 재고가 지난해 정점 이후 5% 정도가 축소됐다고 추산했다.

존 킬러프 어게인캐피털 분석가는 “(국제유가) 시장이 분명하게 모멘텀을 얻게 됐다”면서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고용 부진에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신규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대한 기대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야후파인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항공사 연료 수요는 줄었지만, 화물열차·트럭 등의 수요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각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집에 머문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횟수가 늘어 택배량이 증가한 여파다.

 

8일(현지시간) 오전 12시 34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WTI) 3월 인도분 가격 변동 추이(왼쪽). 같은날 영국 현지시간 기준 오전 6시 35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 변동 추이. [사진=CNBC 홈페이지 캡처]

 
◆움직이는 헤지펀드···“유가, 올해 80달러 간다”

로이터통신과 WSJ은 국제유가가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전하며 헤지펀드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런던의 헤지펀드 웨스트백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리 미 책임자는 WSJ에 “향후 몇 년간 원유 강세장을 위한 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투자은행(IB)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특히 일부 헤지펀드는 국제유가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80달러까지 달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뉴욕 헤지펀드인 매글린캐피털의 데이비드 태윌 설립자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 배럴당 70~8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헤지펀드와 IB들은 미국을 예로 들며 국제유가에 직격탄이 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백신 접종으로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이 현재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올해 7월이면 집단면역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제유가 상승에 투자했다.

집단면역이 여행·소비 정상화, 원유 수요 증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원유 채굴업체와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확대한다고 해도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시설을 감축했기 때문에 당분간 과잉공급은 없을 거로 관측한 셈이다.

WSJ은 지난해 석유 관련 상품과 주식을 앞다퉈 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11월 이후부터는 매수로 전환, 엑손모빌·코노코필립스 등 석유·가스업체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S&P500지수에서 에너지 섹터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엑손모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35% 상승한 49.95달러로 마감했고, 같은 날 S&P500지수의 에너지 섹터는 0.93%가 뛰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95%)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가 올해도 원유 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면서 세계 에너지 수요 회복이 2025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석유전문가 반다나 하리 역시 야후파이낸스에 “최근 유가 상승은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경제 및 석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라며 “바이러스 확산, 백신 접종 차질은 또 다른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