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구상금 청구 논란 1년…손보사들 소송 오히려 늘었다
2021-02-09 16:05
작년 손보사 분쟁중 소제기 10% 이상 증가…한화손보 고객 상대 소제기 전년 대비 4배 급증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작년 한화손해보험의 고아인 초등학생을 상대로 거액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자 소송관리위원회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의 분쟁 중 소제기 건수는 2019년(140건)보다 10.7%(15건) 많아진 155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입자의 소제기 건은 2019년 55건에서 2020년 53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손보사의 소 제기는 2019년 85건에서 2020년 102건으로 늘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분쟁중 소제기 건수가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의 분쟁중 소제기 건수는 전년 대비 20%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 고아 초등학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논란이 됐던 한화손해보험이 36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손보의 분쟁중 소제기의 경우 2019년(11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보험소비자가 제기한 소제기의 경우 전년 대비 3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한화손보가 보험소비자에게 제기한 소제기는 8건에서 30건으로 급증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3월 오토바이사고로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법적상속인인 12살 초등학생 자녀 A군에게 법적 소멸시효 문제를 이유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일며 여론이 악화되자 보험사는 소송을 취하하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어 손해보험사의 분쟁중 소제기 건수는 AXA손해보험(14건), DB손해보험(12건), 현대해상(9건) 등 순이었다.
손보사의 분쟁중 소제기 건수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마련한 소송통제안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의 무리한 구상금 청구소송을 막기 위해 소송관리위원회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부통제방안을 마련했다.
내부통제방안에는 소송관리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미성년자 등 소송무능력자과 경제적 취약계층과 소멸시효 경과 채권에 대한 구상소송으로 확대하는 것이 담겼다. 또 위원회 심의 후 소송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 임원 이상의 결재 및 준법감시인 협의 등을 거쳐 소송 제기의 적정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험사가 자율로 운영하는 소송관리위원회의 규제가 어렵고, 당초 논의하기로 했던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 부분은 여전히 보완대책을 만들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3월 고아인 초등학생에게 수천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수습대책을 내놨지만, 보험사 자율에 맡기면서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졌다"며 "금융당국이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다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