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영업익 70% 폭락 아모레…고민 깊어지는 서경배

2021-02-03 17:58
지난해 매출 21.5%, 영업익 69.8% 감소
사상 최대 실적 LG생활건강에 역전 당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점포 매출 급감 탓
올해 이커머스 분야 매출 30% 성장 목표

K뷰티 최강자였던 아모레퍼시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무너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2019년)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다. K뷰티 맞수 LG생활건강에 1위를 내어주게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일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이 전년 대비 21.5% 감소한 4조9301억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9.8% 줄어든 150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4조원대 매출은 지난 2014년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매출 1조2614억원에 영업손실 14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화장품부문 매출은 5조5524억원, 영업이익은 9647억원이다. 코로나19에도 16년 연속 성장세를 유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K뷰티 왕좌를 내어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부진한 성적표의 가장 큰 원인은 오프라인 점포 매출 하락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동 인구가 감소하고, 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면세 채널의 실적이 급감했다. K뷰티 큰손인 중국에서 일찌감치 디지털 채널 확장 전략을 펼쳐온 LG생활건강과 대비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4조4322억원(-21%), 영업이익 1430억원(-67%)를 기록했다.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2조7064억원, 해외 사업 매출은 16% 감소한 1조7453억원을 달성했다. 중국·북미·유럽 등 해외 사업 부문에서도 매출이 16%, 영업이익이 83% 줄었다.

대신 온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뒤늦었지만 디지털 채널 입점 확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출시, 라이브 방송 활성화 등 이커머스 채널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6.18 쇼핑 축제, 티몰 슈퍼 브랜드 데이, 광군절 등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 행사에서 설화수를 중심으로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표=아모레퍼시픽 제공]

이밖에 주요 계열사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37%, 영업이익이 89%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함께 코로나19로 매출 감소가 이어진 탓이다. 에뛰드는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등 손익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으로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다.

에스쁘아는 직영점 축소 및 마케팅 비용 증가로 적자 전환했다. 에스트라는 이너 뷰티 카테고리의 매출이 감소하며 영업이익이 94%나 감소했다. 아모스프로페셔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살롱 방문 고객이 줄어 매출 19%, 영업이익 15% 쪼그라들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한 브랜드 육성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 등을 통해 매출 5조60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Engine Product)'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에서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국내외 메이저 플랫폼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뷰티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커머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뷰티 MCN 기업 '디밀'에 3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밖에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도 이어간다. 건강기능식품 및 더마 코스메틱 등 신성장 동력에도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과 유통의 변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면서 "철저한 고객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