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코로나19 사망 위험,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 없어"

2021-02-02 09:3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

광주 지역 내 확진자가 연일 쏟아진 1일 오전 광주 북구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낮은 소득 수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정혜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사망 위험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과 소득수준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확진자 7590명(2020년 5월 15일 기준)의 발생률과 치사율을 소득수준(의료급여 수급자·건강보험 가입자)과 지역(수도권, 대구·경북 등)에 따라 분석했다.

전국적인 코로나19의 발생률은 의료급여 수급자에서는 백만명 당 424.3명, 건강보험 가입자에서는 백만명 당 13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률을 의미하는 치사율은 의료급여 수급자 6.7%, 건강보험 가입자 2.7%였다. 이를 바탕으로 사망 위험을 보여주는 교차비를 분석했는데, 의료급여 수급자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62배 더 높게 확인됐다. 단순 비교에서는 소득수준이 낮은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연령, 성별, 기저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근경색, 뇌졸중, 암 병력) 등의 특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간 사망 위험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졌다.

연구팀은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치사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소득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고령자가 많고 기저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전국적으로 동일했을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처럼 대규모 유행을 겪은 곳에서도 소득수준으로 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치료비 본인 부담금 지원, 병상 배정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 선제적 검사와 격리, 치료 등 보편적 의료보장이 동반돼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와 생활치료센터, 병상 확보 등도 건강 불평등을 감소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이혜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치료비 본인 부담금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등 선제적인 정책들로 다행히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병상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 같은 효과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어 확산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