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열정 없는 김대리에서 떡볶킹이 된 두끼 김관훈 대표의 이야기

2021-02-02 00:10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그런데 떡볶이가 너무 좋아서 창업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두끼 떡볶이의 김관훈 대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병환에 걸리시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다. 무미건조하게 다니던 회사에서는 별명이 '센스는 있는데 열정이 없는 김대리’였다. 그만큼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떡볶이 모임을 만들고 창업까지 하면서 떡볶킹(떡볶이왕)이 됐다.

그에게 떡볶이란 어떤 의미일까? 떡볶킹 김관훈 대표와 맛있는 떡볶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두끼 김관훈 대표]


Q. 떡볶이를 얼마나 드세요?
A. 어제 점심 때 집에서 만들어 먹었어요. 예전에는 찾아가서 먹었다면 요즘에는 업무 때문에 찾아가는 빈도는 줄었는데요, 회사 안에 있는 조리실에서 하루에 한 번씩은 만들어 먹어요. 가끔은 질리기도 해요. 근데 떡볶이라는 아이템은 질리는 시간이 짧은 것 같아요. 오늘 먹을 때 질리더라도 내일되면 또 생각나고 그래요.

Q. 떡볶이에 어떤 추억들이 담겨 있나요?
A. 저희 때만 해도 가장 큰 간식거리였어요. 다녔던 중고등학교가 사립이라 학교버스가 있었는데요, 9호차를 타면 집 앞에 내리는데 7호차를 타면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내려요. 거기에 내리면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가 있었거든요. 그게 너무 맛있어서 일부러 집이랑 가까운 9호차 대신에 7호차를 타고 내려서 500원짜리 떡볶이를 먹으면서 갔던 기억이 많이 나요.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목욕탕을 자주 갔었는데 목욕탕 앞에 떡볶이집이 있어서 항상 코스로 떡볶이를 먹으러 갔죠.

Q. 떡볶이 외에 어떤 음식들을 좋아하세요?
A. 매운 건 다 좋아해요. 짬뽕도 좋아하고, 닭발도 좋아해요. 닭발도 맛있는 곳은 다 가봤고 짬뽕도 유명한 곳들은 다 가봤어요.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Q. 떡볶킹이 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말도 안 되는 소리였죠. 그때는 떡볶이 장사를 하려고 했었던 것이고, 하다 보니까 떡볶이 장사에서 떡볶이 동호회 회장으로,  전 세계 떡볶이 명인으로 꿈이 커졌던 거예요. 지금은 거의 떡볶이 신이죠(웃음).

Q. 어떤 행동들이 떡볶킹으로 만들었나요?
A. 의미 있는 행동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가치가 있고 이게 어떤 성장을 하면서 얼마나 벌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가야 될 목표가 내가 해야 될 것들, 내 꿈과 맞는 길로 가야 하는 것 같아요. 부자든, 가난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가 24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지 누구는 많고 적지 않거든요. 이 시간이라는 걸 잘 활용하고, 꿈꾸는 목표의 방향 쪽으로 행동을 할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나고 즐겁거든요.

저도 떡볶이에 있어서 시간 관리를 잘했던 것 같아요. 새벽 2시에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어디든 가서 먹었어요. 너무 즐거우니까. 그랬던 것들이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쌓여서 사람들이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행동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점차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의 시선에 행동하고 움직이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요. 그런 작은 평가들이 원동력과 힘이 돼서 더 하게 돼요. 한 번에 성장하는 것보다 조금씩 성장하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Q.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A. 맛있고 입맛에 맞잖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추억이 있고 일상에서 항상 존재하잖아요. 외국 사람들은 먹어본 적도 없으니까 다가가기 어렵죠. 그래서 (두끼 매장 콘셉트도) 간식이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으로 한 거예요. 60~70% 한국과 똑같지만 30%는 현지에서 그들이 즐겨먹었던 것들을 넣어서 익숙하게 융화시키는 거죠. 최대한 그들이 익숙하고 어색하지 않게 융화를 잘 시키는 게 진정한 한식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을 알린다고 한식을 우리 입맛대로 밀고 나가면 거부감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Q. 요즘 떡볶이, 음식 트렌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트렌드를 찾기 힘들었어요. 예전 트렌드는 주기가 3~5년이었는데 요즘에는 SNS의 빠른 전달력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들이 많아서 6개월 주기로 바뀌는 것 같아요.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Q. 슬럼프는 없었나요?
A. 힘든 적이 없었어요. 아직 실패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떡볶이를 하기 전에 너무 많은 실패를 했고 한심한 생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은 하루하루가 재밌어요. 인생 자체가 실패였죠. 학교에서도 공부 못했고 대학교에서도 제대로 생활을 안했고 회사에서도 하루하루 때우기만 했으니 인생 자체가 실패였죠.

Q. 두끼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현대오일뱅크 BTX팀 대리점에서 화학 용재를 취급했었어요. 그때 별명이 '열정없는 김대리'였어요. 일도 거의 안했죠. 영업할 것도 크게 없었거든요.
제품에 이상 있는지, 화학용품 봐주는 것밖에 안했어요, 7년 동안.

Q. 왜 처음부터 떡볶이와 관련된 일을 안 했었나요?
A. 학교 생활도 엉망으로 하고 집도 갑자기 어려워져서 뭘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어요. 학벌도, 능력도, 돈도 없어서 아버님의 지인 소개로 회사에 들어갔죠. 원래는 PD를 하고 싶었지, 떡볶이는 생각도 안했었어요. 정말 절박했던 34살에 더 이상 선택할 길이 없어서 제일 좋아했던 걸 찾다가 떡볶이를 찾게 됐죠. 진심을 다해서 하다보니까 지금처럼 된 거예요.

Q. 어떤 절박함들이 있었나요?
A. 돈이 없었고, 미래가 없었죠. 떡볶이 모임을 만들고, 있는 돈 조금씩 나눠 쓰면서 떡볶이를 먹으러 돌아다녔어요. 삼진어묵의 박용준 대표를 만나면서 ‘떡모바’라는 핫바를 만들었고 그걸 판매하면서 자금이 쌓였어요.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TVN 예능 프로그램 '난리났네 난리났어'에 출연한 김관훈 대표  ]



Q. 떡볶이 모임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나요?
A.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창업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 떡볶이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거기에는 순대공장 사장님, 어묵공장 사장님, 떡 공장 사장님, 떡볶이라는 아이템에 들어가는 재료와 관련된 사장님들은 다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두끼 오픈할 때 그분들이 많은 도움을 줘서 좋은 품질의 재료들을 저렴하게 사서 쉽게 사업을 이끌 수 있었어요.

Q. 어떤 떡볶이가 제일 맛있었나요?
A. 떡볶이는 그런 게 없고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먹을 수 있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전국 다 돌아다녀 봤는데 아주 유명하지만 내 입에는 안 맞는 곳들도 많았고 다른 사람은 맛없는데 내 입에는 잘 맞았던 곳들도 있었거든요. 떡볶이는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스타일의 여러 가지 추억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에 특별한 레시피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Q. 떡볶이를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가 생겼나요?
A. 자기가 원하는 맛을 계량해서 레시피를 잘 만들어야 되고요. 떡을 먼저 끓여서 빵빵하게 한 뒤에 소스를 넣고 끓여야 양념이 잘 배고요.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로 잘 배합해서 양념을 만들면 맛있어요. 근데 웬만하면 떡볶이는 사드세요. 생각보다 만드는 게 어려워요.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떡볶이 모임]


Q. 떡볶킹은 어떤 왕들과 친한가요?
A. 두루두루 친해요.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음식사진 잘 찍는 토라이 리버블릭, 배우들도 친해요. 한 번 만나거나 인연이 닿으면 편안하게 진해지는 것 같아요.

Q. 뭔가를 행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내가 뭘 행동해야 되는지, 내 목적지와 목표가 어딘지를 알고 시작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내비게이션이랑 똑같아요. 내가 어딘가를 차를 타고 갈 때 목적지를 찍어놓고 가는 것과 정하지 않고 가는 건 정말 큰 차이거든요.

Q. 김관훈에게 떡볶이란 뭔가요?
A. 인생이죠. 전 세계 사람들이 떡볶이의 1인자를 떠올렸을 때 쉽게 내 이름이 나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김관훈이에요. 지금의 목적지는 떡볶이 명인. 전 세계에 두끼가 깔리는 거예요. 
 

[사진= 김관훈 대표 제공]


Q. 떡모 푸드트럭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건 뭔가요?
A. 방송 촬영 현장에 가서 떡볶이를 제공하는 거예요.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사람들은 다음 화를 기다려야 되잖아요. 근데 저희는 현장에 가서 바로 볼 수 있어요. 그냥 보는 것도 재밌는데 현장에서 찍는 걸 보고 영화를 보면 더 재밌어요. 친한 배우들 있으면 제가 쏘기도 하고요. 

Q. 지금 인생에서 필요한 건 뭔가요?
A. 코로나 퇴치제요. 코로나가 발목 잡아서 최대의 장점이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형식이, 코로나 때문에 최대의 단점이 됐어요. 공연도 없다 보니까 푸드트럭도 못나가거든요. 10년 후에는 두끼가 전세계에 다 있고, 떡모 푸드트럭도 직원이 운영하면서 저는 전국에서 강연과 TV토크쇼를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선택을 할 때 자기 스스로를 잘 알아야 돼요. “넌 누구냐”라고 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스스로의 판단을 잘하고 자기를 잘 관리하면서 직장을 선택하지 말고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두끼 김관훈 대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