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만난 與, 잃어버린 10년 복원 약속...실현 여부는 미지수

2021-01-28 18:27
"시대에 뒤처져있거나, 우리만 이상하게 움켜쥔 규제 과감하게 혁신"
박용만 "성장과 고용의 잃어버린 10년…안타깝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규제혁신추진단-대한상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놀랄 만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여당과 재계는 10년째 공회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을 비롯한 기업 규제혁신을 위한 '상설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여당은 당장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강경파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여의도가 4월 재·보궐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입법 동력은 한층 약화된 상태다.

◆“가장 센 팀 왔다” vs “서발법 10년째 공회전”

김태년 원내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규제혁신추진단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및 스타트업 대표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최근 추진하는 이익공유제‧사회적연대기금 제도 등으로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국면전환에 나선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시대에 뒤처져있거나 해외에 없는데 우리만 이상하게 움켜쥐고 있는 그런 규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월 임시국회에서 10년째 멈춰있는 서발법 등을 바로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발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법으로, 2011년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다. 유통과 의료, 관광, 교육 등 7개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 자금‧인력‧기술‧조세 감면 등의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규제혁신 관련법을 처리하는 데 가장 센 팀이 지금 와있다”며 “실제적으로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심사하고, 야당과 협상하는 책임자들이 다 와있다. 이번에는 말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심사해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회장은 “제조업만으로는 성장과 고용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지난 18대 국회에서 서발법이 발의됐으나, 10년이 지나도록 계속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재계가 전달한 32건 중 40% 미발의

그러나 이번 약속 역시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는 서발법에 반대하는 강경파가 적지 않고 시민단체 등도 공공성 훼손에 따른 ‘의료 영리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 블랙홀도 난관이다. 여야 복수 관계자들은 “입법 동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서발법을 발의했으나, 야당 측은 부가가치 창출 여력이 가장 높은 의료 분야를 적용대상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외에도 재계는 크라우드펀딩 발행기업 범위를 확대하는 자본시장법과 중소·벤처기업의 비대면 사업을 지원하는 비대면중소벤처기업육성법, 드론활용촉진법 등 32개의 혁신입법 과제도 건의했다. 이 중 미발의 법안은 40%(13건)에 달한다.

박 회장은 “할 수 있는 것만 법으로 정해 놓은 ‘포지티브 법제’와 이들을 신기술로 인정 않는 ‘과거기술기반 법제’로 인해 사업이 막혀 있다”며 “샌드박스로 검증된 혁신법안의 경우 법령을 개정해 사업을 항구적으로 허용하거나, 실증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임시특례 기간'이라도 자동 연장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공유주거 ‘코리빙(Co-Living)’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안,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인도 진입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13개 미발의 과제 입법화도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해서는 영업이익을 보상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재난지원금은 보편·선별지급을 병행해 약 20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