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홍역' 르메르디앙 서울, 내달 문 닫는다

2021-01-29 00:00
이미지 실추·코로나 여파에 유동성 위기
현대건설 공동 인수해 주상복합 짓기로

르메르디앙 서울이 오는 2월 28일부로 영업을 종료한다. [ 사진=르메르디앙 서울 제공]

버닝썬 게이트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미지 실추와 경영 침체를 동시에 겪은 ㈜전원산업의 르메르디앙 호텔이 오는 2월 28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전원산업은 경영 위기에 호텔을 매각함에 따라 업체가 30여년간 펼쳐왔던 호텔 사업은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전원산업의 뿌리는 국내 1호 민간 탄광업체인 '동원탄좌'다. 창업주인 고(故) 이연 동원그룹 회장이 1963년 강원 정선에 설립했다. 70년대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급성장한 동원탄좌는 78년 연간 석탄생산량 국내 1위 탄광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호텔사업'에 눈을 돌렸다.

이 시기 이연 회장의 차남인 이전배 회장은 호텔사업을 진두지휘하기에 이르렀고, 계열사 전원산업을 맡은 후 86년 제주남서울호텔에 이어 87년 서울 남서울호텔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남서울호텔을 인수한 ㈜전원산업은 지난 95년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거친 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손꼽히는 '리츠칼튼'과 계약을 맺고 리츠칼튼 서울을 운영해 왔다. 이후 2016년 말, 리츠칼튼과 브랜드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1400여억원을 들여 또다시 개보수를 단행, 2017년 리츠칼튼을 떼고 르메르디앙 서울로 변경해 영업을 지속했다. 

전원산업은 호텔 르메르디앙을 비롯해 레이크우드CC까지 운영하며 명실상부한 '호텔‧레저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르메르디앙 서울은 신라호텔 출신 임직원을 대거 기용해 레스토랑 식음부문 개선부터 호텔 운영 전반을 개편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호텔 지하에 자리한 클럽 '버닝썬'은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재개관한 지 1년여가 지난 2018년 말, 버닝썬 클럽 폭행 사건이 터졌고, 이 사건은 곧 '버닝썬 게이트'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전원산업은 버닝썬에 설비 명목으로 10억원을 대여하고, 월 임대료도 시세인 2900만원가량보다 훨씬 저렴한 1600만원만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도마 위에 올랐고, 전원산업 회장은 횡령 혐의로 입건됐다. 

후폭풍은 거셌다. 버닝썬 사태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한 르메르디앙 서울은 회복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설상가상으로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호텔 측은 콘텐츠 다변화를 시도하며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고, 경영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원산업은 적자폭이 커지자 급히 자금줄을 찾아 나섰고, 결국 최근 현대건설과 부동산 개발회사 웰스어드바이스가 함께 공동으로 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전원산업은 긴 기간 운영해온 호텔사업을 접게 됐다.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현대건설은 호텔을 헐고 주상복합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 메르디앙 서울 관계자는 "호텔은 현재 매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980억원에 달했을 만큼 경영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약 2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과 대규모 시설투자 비용, 자산매각에 따른 법인세 비용을 감안하면 매각으로 인한 경영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영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서초구에 있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도 이달 말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이곳은 1982년 강남 최초로 영업을 시작한 특급호텔이다. 코로나19 확산세에 호텔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16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9억원에서 8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호텔은 매물로 나왔다. 부동산개발업체 더랜드가 3500억원에 인수, 호텔을 헐고 고급 공동주택을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