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랫폼 믿고 P2P 투자했는데...1000억 날릴 판

2021-01-24 19:04
제휴업체 법정최고금리 위반으로 영업정지 위기…투자자 손실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카카오페이·토스 등 금융플랫폼 사업자가 운영하는 P2P(온라인투자연계) 투자 서비스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한 P2P 업체가 법정 최고금리(연 24%) 위반 건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놓이면서다. 해당 P2P 업체가 금융플랫폼에서 투자금을 유치하고 남은 대출잔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플랫폼 사업자와 P2P 업체 측은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P2P 투자는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P2P 투자 중개' 성격이 짙어 당국도 제재를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페이·토스로 투자했는데 최대 1000억원 날릴 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를 결정한 한 P2P금융 업체는 고객 투자금의 약 60%를 카카오페이·토스 등 금융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유치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이 업체의 대출잔액(미상환 투자금)은 약 1800억원이다. 투자자들이 금융플랫폼을 이용해 이 업체에 투자하고 아직 상환 받지 못한 금액이 1000억원(대출잔액의 60%)에 달하는 셈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업체를 포함한 6개 회사에 '영업정지' 중징계를 결정했다. 업체들이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이자와 중개수수료를 받아 왔는데, 이는 대부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영업정지는 3~6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확정되지만, 대다수는 제재심 원안대로 의결된다.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금융플랫폼을 통해 P2P 업체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P2P 업체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해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에 따르면 업무정지가 끝난 날부터 3년 이후에야 온투업자 등록요건이 주어진다. 기존 업체는 오는 8월 말까지 등록을 마쳐야 해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페이와 토스로 투자하고 남은 1000억원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P2P 업체가 문을 닫아도 투자자가 원리금수취권(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투자자와 업체 간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업체는 추심 의무를 다해야 한다"면서도 "업체가 문을 닫으면 대출자들에게 상환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온투법) 미등록 업체와 등록 업체 간 추심 업무에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 광고 vs 투자자 모집' 논란···당국 "원칙적으론 안 해야"
상황이 이렇자 당국 내에서도 카카오페이·토스 등을 이용한 P2P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플랫폼 사업자가 '괜찮은 상품'인 것처럼 P2P 투자를 '광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자자 모집'에 가깝다는 지적에서다. 당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카카오페이·토스에서) 투자를 못하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각각 '투자' 서비스에서 P2P 업체와 제휴해 해당 업체의 투자상품을 홍보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경우 P2P 업체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구조가 아닌 자체적으로 구성한 페이지에서 투자가 진행돼, 투자자들이 단순 광고라는 점을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P2P 투자가 '고수익 고위험'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P2P투자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수차례 발령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투자 페이지를 P2P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등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투법 상에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에서 P2P 투자자 모집이 금지된다. 투자자 모집은 온투업자(정식 P2P금융업자)만 영위할 수 있는 '고유 업무'라는 것이다. 온투법은 지난해 8월 말 시행됐으나 아직 정식 등록 업체가 나오지 않아, 당국은 온투법을 기반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계에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광고하는 것과 달리, 금융플랫폼의 경우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투자자 모집'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플랫폼 사업자 내에서의 P2P 투자가 순수한 광고인지, 광고 영역을 넘어선 것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순수한 광고로만 하라고 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령(온투법) 적용 대상이 되는 P2P 정식 등록 업체가 있는 게 아니어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는데, 법적 효력이 없어 업계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