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국회서도 ‘흐림’…“안된다고 봐야”

2021-01-21 17:59
"여론 반발 커…공감대 형성 못해"

[사진=연합뉴스]

한국방송공사(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으나 난항이 예고된다. 여론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S는 오는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수신료는 40년째 2500원에 머물러 있다. KBS가 2007년, 2010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KBS 수신료는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KBS는 당초 지난해 17일 공청회를 거쳐 수신료 인상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연말 이사회를 통해 수신료 인상을 의결하려 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해 인상 액수와 용처 등이 담긴 구체적인 인상안을 구상하기 위해 연기했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수신료 사용 내역 공개 의무화와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 등 수신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수신료 산정을 위한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수신료와 다른 수익 간 회계 구분, 수신료 사용내역의 공개 의무화(방송법 개정안 발의, 2020년 9월)를 추진키로 하면서 방통위가 KBS 수신료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날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는 아무것도 없다“며 "수신료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인상이 방통위를 통과한다 해도 국회 문턱은 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이 수신료 인상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상임위원회에서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KBS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에서는 무조건 반대할 테고, 여론도 좋지 않기 때문에 안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방위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나 당 내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과방위 소속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KBS가 재정적자는 맞지만, 시장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자체적인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KBS에는 기형적으로 고액연봉자가 많은데도 그런 구조개선은 하지 않고 있다. 또 공영방송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여론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국민들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며 “KBS 수신료를 기본 전기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 수신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과방위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에게 "여론조사 결과 국민 86%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 수신료 인상은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다면 이번에도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여당 측이 KBS에 힘을 실어준다 해도 오는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이 커 실현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