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로 대출받고, 지분 공유...벤처기업 ‘투자조건부 융자’ 도입된다

2021-01-13 13:30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연합)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활용되는 ‘투자조건부 융자’ 제도가 도입된다.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는 대신 소액의 지분인수권을 제공하는 제도로, 창업자가 지분을 지키면서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에도 창업‧벤처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기반 벤처‧스타트업 복합금융 지원방안’을 수립해 13일 ‘제2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9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은 시장 안착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부족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유니콘 기업 20개사를 조사한 결과 창업 후 유니콘 기업까지 평균 7.9년이 걸렸다.

융자‧보증기관에는 벤처 투자가 ‘고위험 저수익’ 상품으로 인식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창업투자회사 등이 벤처 투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자금 공급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중기부는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제도와 기술개발 과제 기반 금융을 마련해 자금 지원기관의 위험을 줄이고,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기관 벤처투자 인식 바꾼다

이번 지원방안의 핵심은 투자조건부 융자다. 이 제도는 은행 등 융자기관이 이미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에 저리로 대출해주는 대신 소액의 지분인수권을 받는 방식이다. 융자기관 입장에서는 후속투자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돈을 빌려줘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향후 벤처기업이 성장하면 지분을 매각해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융자를 통해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지분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조건부 융자 규모는 2017년 기준 126.3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체 벤처투자의 15% 규모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조건부 융자기관인 ‘실리콘밸리은행’은 통상 융자금액의 1~2%로 지분인수권을 획득한다.

중기부는 벤처투자법 개정 이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정책융자를 통해 시범 운영하고, 추후 다른 공적기금과 민간 금융기관 등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투자조건부 융자 과정.(사진=중기부)]


정부 기술개발 과제의 사업화를 돕는 복합금융도 확대된다.

기업의 채무 등을 보지 않고, 기술개발 성공과제의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해 기술보증·사업화자금 대출을 병행 지원하는 ‘프로젝트 단위 기술개발(R&D)사업화금융’을 2022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또한, 기술개발과 벤처투자가 연계된 '투자형 기술개발', 기술개발과 보증이 연계된 '후불형 기술개발'은 지난해 308억원에서 올해 545억원으로 규모를 키운다.

 
지방 벤처투자 활성화 주력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창업투자회사를 위한 보증제도 또한 새로 추진된다.

창업투자회사는 벤처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통상 펀드 결성액의 10% 정도를 펀드에 출자하는데, 7~10년간 장기로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신규 펀드 결성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에 정부에서 일시적인 출자금 확보를 위한 보증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술보증기금에는 비수도권 기업에 대해 직접투자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기보는 모태자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는데, 비수도권 기업에 한해 이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현재 45%인 비수도권 기업 투자 비중도 2025년까지 연간 투자액의 65% 이상 되도록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복합금융 제도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생태계 기반도 구축된다.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기술기업에 대한 신속한 투자를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해 ‘벤처투자 인공지능 온라인 매칭플랫폼(가칭)’을 2022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비수도권 기업 초기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역 엔젤투자허브’ 2곳도 조성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벤처투자가 선방하고 벤처·유니콘 기업이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부상하는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은 제2벤처붐의 실현과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의 저력을 보여준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제2벤처붐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혁신 벤처·스타트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주역이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