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트럼프 트윗놀이'의 끝장을 보는 시선
2021-01-12 22:19
[곽재원의 Now&Future] 코로나 팬데믹, 제4차 산업혁명의 심화, 미국의 대선은 풀기 어렵게 몹시 엉켜 있다. 적어도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1년 동안은 그래왔다. 오는 20일 미국의 46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난맥상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어떤 미디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해도 트럼프 류(流)의 난맥상이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이른바 ‘위드(with) 트럼프’다.
쏟아지고 있는 많은 뉴스와 분석을 종합해 보면 이 난맥상의 일단(一端)을 ‘미국식 민주주의와 SNS’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모든 것을 상징하면서 그 속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는 IT와 네트워크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뉴욕타임스와 일본 쇼지츠종합연구소의 미디어 분석을 정리해 보자. 2000년 선거 때 각 후보자들은 인터넷상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부시(공화당)와 고어(민주당) 두 후보의 정책과 선거 CM(로고송)이 세계에 전해졌다. 2004년 선거에선 ‘블로그’가 유력한 정보발신 수단이 됐다. 민주당 대선 출마자인 하워드 딘은 그것으로 일약 프런트 라인에 올라섰다. 비록 예비선거의 초반전에서 패배하면서 사라졌지만 그는 블로그를 통해 ‘네트워크(가상)와 리얼리티(현실)는 다르다’는 사실을 사람들에 가르쳐 주었다. 미국 정통 미디어들은 이를 ‘일대 사건’으로 평가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조지 앨런 상원의원(버지니아·공화)은 ‘유튜브’로 흘러나간 실언 때문에 낙선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사이버상에서의 실언에 대해 비난과 비방의 댓글이 쇄도한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온라인으로 소액헌금을 대량으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위력을 과시하는 단서가 되었다.
2012년 선거에서는 마침내 정보전달 수단의 주역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스마트폰은 무선 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로 터치가 가능하며 별도의 OS(운용체계)를 갖추고 있어 지능형 단말기의 대명사가 된 디바이스다. 미국 대선을 묘사한 조지 클루니 감독·출연 영화 ’슈퍼 튜즈데이‘(2011년)에서는 선거참모 전원에 새로운 스마트폰이 배포되는 장면이 나온다. 애플이 2007년 발표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효시라면 2012년에는 ‘아이폰 5’가 나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다.
2016년 선거에 이르러 시대가 급변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선거전의 주전장으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대거 이용하면서 ‘페이크 뉴스(가짜뉴스)’를 비롯한 정보조작이 개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국가에 의한 선거개입 우려도 커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아마존, 유튜브 등 SNS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제는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압도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2020년 선거에서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포함한 다양한 혁신 기술과 새로운 선거전술이 어우러지며 놀랄 만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선거 캠프들은 인스타 그램’과 ‘텔레그램’ 같은 신종 서비스도 선거에 최대한 활용했다.
2020년 대선 결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현직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전은 물론 대통령 재직기간 내내 트위터를 중심으로 SNS를 거칠게 구사해 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가 다시 SNS를 통해 선거패배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패배 승복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여러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아마도 자신에 호의적이지 않은 종래 미디어와 많은 SNS의 가담을 지목했을 수 있다.
SNS는 정치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조역으로서 존재해 왔다. 2020년 대선 이후 즉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서도 누가 뭐래도 정치의 주요 수단으로서 민주주의 체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주의와 SNS의 바람직한 조합이 깨지면서 SNS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에 난입한 사건은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이 희대의 사건은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선출 저지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선동된 지지자들이 SNS에 올린 글들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트위터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페이스북도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이용을 정지하면서 디지털시대의 민주주의 위기가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1월 6일 수도 워싱턴을 향해 모든 애국자들이여 무장하라”, “우리들 모두의 적에게 통고한다. 전쟁을 원하고 있는가?” 트럼프 지지자들은 보수계의 신흥 SNS인 팔러(Parler)로 옮겨가 의회 습격을 선동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 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SNS로 퍼트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때부터 약 2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의 친족과 측근은 트위터에 부정선거에 관한 글을 200회 이상 올렸고, 리트윗된 수는 약 350만회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Stop the steal’(선거를 훔치지 말라)을 기치로 내건 극우그룹들이 난립하면서 팔러와 갭(Gab)으로 무대를 옮겨 지지자들을 계속 선동했다.
팔러는 11일 결국 정지됐다. 아마존닷컴이 이날 팔러가 폭력적인 선동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이 회사 사이트의 관리 서비스를 끊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애플리케이션 몰에서 팔러를 삭제했다.
2018년 창업한 팔러의 존 메이츠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을 파괴하는 거대 IT의 공동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대형 SNS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대책으로 콘텐츠 관리를 엄격하게 하자 대체 서비스로서 애플리케이션 몰서 팔러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규제가 느슨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온 팔러도 잃고 말았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에 직접 소통하면서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취임 후에도 9000만명 가까운 팔로어들에게 트윗을 계속해왔다. 폭스 뉴스 같은 보수 미디어와 SNS가 트럼프 영향력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연방의회 점거 사건 이후 IT(정보통신기술) 대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를 활용한 사회 분열을 가져오는 트럼프 SNS 선동 정치는 종언을 고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트위터의 영구정지에 대해 논의가 무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NS와 민주주의의 관계다. 트위터는 사람들이 생각을 전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장(場)이다. 거기에서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미디어 사회학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에는 2개의 흐름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개인의 인격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서 특히 중시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과거 나치의 존재도 있어서 사회에 중대한 영향과 위험을 초래하는 표현은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가스실은 없었다’고 진술한 언론에 처벌을 가했다. 인도주의에 반하다는 죄목이었다. 과거에 이 같은 주장을 한 책을 출판한 이에 대해서도 처벌한 사례가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트위터社는 반복해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유도하는 듯한 트윗을 반복했기 때문에 폐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국과 같이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는 나라에서도 일정 요건이 있으면 제한은 인정된다는 뜻이다.
국가와 세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사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점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트위터의 결정에 대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법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 회사의 대응을 비판했다. 대변인을 통한 공식 코멘트다. 그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SNS의 관계, SNS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보면서 순기능을 살리는 방안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트위터가 만든 비현실 세계는 트럼프 극장이다. 트위터 중지는 트럼프 극장의 강제종료라는 비극이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러한 비극은 막아야 한다.
쏟아지고 있는 많은 뉴스와 분석을 종합해 보면 이 난맥상의 일단(一端)을 ‘미국식 민주주의와 SNS’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모든 것을 상징하면서 그 속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는 IT와 네트워크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뉴욕타임스와 일본 쇼지츠종합연구소의 미디어 분석을 정리해 보자. 2000년 선거 때 각 후보자들은 인터넷상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부시(공화당)와 고어(민주당) 두 후보의 정책과 선거 CM(로고송)이 세계에 전해졌다. 2004년 선거에선 ‘블로그’가 유력한 정보발신 수단이 됐다. 민주당 대선 출마자인 하워드 딘은 그것으로 일약 프런트 라인에 올라섰다. 비록 예비선거의 초반전에서 패배하면서 사라졌지만 그는 블로그를 통해 ‘네트워크(가상)와 리얼리티(현실)는 다르다’는 사실을 사람들에 가르쳐 주었다. 미국 정통 미디어들은 이를 ‘일대 사건’으로 평가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조지 앨런 상원의원(버지니아·공화)은 ‘유튜브’로 흘러나간 실언 때문에 낙선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사이버상에서의 실언에 대해 비난과 비방의 댓글이 쇄도한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온라인으로 소액헌금을 대량으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위력을 과시하는 단서가 되었다.
2012년 선거에서는 마침내 정보전달 수단의 주역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스마트폰은 무선 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로 터치가 가능하며 별도의 OS(운용체계)를 갖추고 있어 지능형 단말기의 대명사가 된 디바이스다. 미국 대선을 묘사한 조지 클루니 감독·출연 영화 ’슈퍼 튜즈데이‘(2011년)에서는 선거참모 전원에 새로운 스마트폰이 배포되는 장면이 나온다. 애플이 2007년 발표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효시라면 2012년에는 ‘아이폰 5’가 나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다.
2016년 선거에 이르러 시대가 급변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선거전의 주전장으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대거 이용하면서 ‘페이크 뉴스(가짜뉴스)’를 비롯한 정보조작이 개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국가에 의한 선거개입 우려도 커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아마존, 유튜브 등 SNS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제는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압도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2020년 선거에서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포함한 다양한 혁신 기술과 새로운 선거전술이 어우러지며 놀랄 만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선거 캠프들은 인스타 그램’과 ‘텔레그램’ 같은 신종 서비스도 선거에 최대한 활용했다.
2020년 대선 결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현직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전은 물론 대통령 재직기간 내내 트위터를 중심으로 SNS를 거칠게 구사해 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가 다시 SNS를 통해 선거패배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패배 승복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여러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아마도 자신에 호의적이지 않은 종래 미디어와 많은 SNS의 가담을 지목했을 수 있다.
SNS는 정치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조역으로서 존재해 왔다. 2020년 대선 이후 즉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서도 누가 뭐래도 정치의 주요 수단으로서 민주주의 체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주의와 SNS의 바람직한 조합이 깨지면서 SNS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에 난입한 사건은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이 희대의 사건은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선출 저지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선동된 지지자들이 SNS에 올린 글들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트위터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페이스북도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이용을 정지하면서 디지털시대의 민주주의 위기가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1월 6일 수도 워싱턴을 향해 모든 애국자들이여 무장하라”, “우리들 모두의 적에게 통고한다. 전쟁을 원하고 있는가?” 트럼프 지지자들은 보수계의 신흥 SNS인 팔러(Parler)로 옮겨가 의회 습격을 선동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 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SNS로 퍼트렸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때부터 약 2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의 친족과 측근은 트위터에 부정선거에 관한 글을 200회 이상 올렸고, 리트윗된 수는 약 350만회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Stop the steal’(선거를 훔치지 말라)을 기치로 내건 극우그룹들이 난립하면서 팔러와 갭(Gab)으로 무대를 옮겨 지지자들을 계속 선동했다.
팔러는 11일 결국 정지됐다. 아마존닷컴이 이날 팔러가 폭력적인 선동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이 회사 사이트의 관리 서비스를 끊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애플리케이션 몰에서 팔러를 삭제했다.
2018년 창업한 팔러의 존 메이츠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을 파괴하는 거대 IT의 공동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대형 SNS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대책으로 콘텐츠 관리를 엄격하게 하자 대체 서비스로서 애플리케이션 몰서 팔러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규제가 느슨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온 팔러도 잃고 말았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에 직접 소통하면서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 취임 후에도 9000만명 가까운 팔로어들에게 트윗을 계속해왔다. 폭스 뉴스 같은 보수 미디어와 SNS가 트럼프 영향력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연방의회 점거 사건 이후 IT(정보통신기술) 대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를 활용한 사회 분열을 가져오는 트럼프 SNS 선동 정치는 종언을 고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트위터의 영구정지에 대해 논의가 무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NS와 민주주의의 관계다. 트위터는 사람들이 생각을 전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장(場)이다. 거기에서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미디어 사회학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에는 2개의 흐름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개인의 인격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서 특히 중시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과거 나치의 존재도 있어서 사회에 중대한 영향과 위험을 초래하는 표현은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가스실은 없었다’고 진술한 언론에 처벌을 가했다. 인도주의에 반하다는 죄목이었다. 과거에 이 같은 주장을 한 책을 출판한 이에 대해서도 처벌한 사례가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트위터社는 반복해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유도하는 듯한 트윗을 반복했기 때문에 폐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국과 같이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는 나라에서도 일정 요건이 있으면 제한은 인정된다는 뜻이다.
국가와 세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사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점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트위터의 결정에 대해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법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 회사의 대응을 비판했다. 대변인을 통한 공식 코멘트다. 그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SNS의 관계, SNS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보면서 순기능을 살리는 방안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트위터가 만든 비현실 세계는 트럼프 극장이다. 트위터 중지는 트럼프 극장의 강제종료라는 비극이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러한 비극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