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노후자금,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2021-01-12 00:10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노후에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노후자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령자들은 매달 적정 노후생활비로 부부 기준으로 평균 268만원, 개인 기준 평균 165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평균한 금액이기 때문에 개인의 목표금액과는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이 담긴 숫자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적정 노후생활비를 기준으로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을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대략 6억4000만원, 3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9억6000만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개인별 은퇴설계 시에는 단순하게 적정 노후생활비를 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건강상태, 부양가족 등을 반영해서 필요 노후생활비를 추정해야 한다. 적정 노후생활비 이상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더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필요 노후생활비를 추정할 때 또 한 가지 유의 사항이 있는데,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필요 노후생활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실제 소비통계를 분석해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소비금액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다.

따라서 적정 노후생활비를 사망시점까지 동일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별 소비감소 추세를 감안하여 노후자금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60대에는 기존 활동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100% 적용하고, 70대에는 약간 줄어든 70%를, 80세 이후로는 은퇴시점 노후생활비의 50%를 적용하여 필요 노후자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정 노후생활비(부부기준 268만원)에 연령대별 소비감소 추세를 감안하여 필요 노후자금을 다시 산정해보자. 60세 은퇴 후 2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대략 5억5000만원, 3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7억1000만원 정도 노후자금이 필요하다. 여전히 큰 금액이지만 연령대별 비용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않았을 경우(20년간 필요한 노후자금 6억4000만원, 30년간 9억6000만원)에 비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서는 노후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오히려 노후준비를 포기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나에게 맞는 적정 노후자금을 목표로 설정할 때 꾸준히 준비해 나갈 수 있다.

필요 노후자금을 산정해 보았다면, 현재까지 준비한 노후자금을 점검해보자. 대표적인 노후자금인 3층 연금(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준비한 노후자금이 얼마인지, 지금처럼 계속 준비하면 은퇴 시점에 필요 노후자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살펴보면 부족한 노후자금이 얼마인지, 부족한 노후자금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3층 연금 가입현황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통합연금 포털을 활용하면, 흩어져 있는 3층 연금 가입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층 국민연금 가입현황부터 살펴보자. 예상 연금수령액으로 월 93만원(국민연금 가입기간 20년 이상 연금수급자의 평균 노령연금 수급금액, 2020년 8월 기준)을 가정한다면,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도 20년간 수령 시 대략 2억2000만원, 30년간 수령 시 3억3000만원 정도 지급 받을 수 있다. 통합연금 포털 등을 활용하여 본인의 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을 점검해 보고, 평생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액을 환산해 보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노후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까지 의미 있는 규모로 준비되어 있다면 노후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노후준비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노후준비가 정말 어려운 문제라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본인의 예상 노후생활비와 필요노후자산을 계산해 보고, 정기적으로 노후준비 수준을 점검해보자.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