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로서 위기"…차인표, '차인표'를 무너뜨리다
2021-01-08 00:01
"구차한 기분도 들었죠. 알몸으로 붕괴한 샤워실에 갇혀있는 모습이 고정적인 이미지에 갇힌 실제 제 모습 같기도 하고….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스스로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마음도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도 부담인데 '나'를 연기해보라니. 심지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희화화하는 것도 내 몫이라니. 희대의 로맨티스트이자 젠틀함의 상징 격인 배우 차인표(54)에게 이 영화가, 이 캐릭터가 쉬운 선택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차인표는 모든 걸 감내하기로 했다. 배우 활동에 공백기를 가지며 배우로서 위기감을 느꼈고 그것이 창피함이나 부담감, 두려움보다 더 컸다. 극 중 차인표가 붕괴한 건물에서 알몸으로 구조되는 것처럼 실제 차인표 역시 모든 이미지와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제목부터 주인공 캐릭터까지 실제 배우 차인표를 모티프로 한다. 극 중 차인표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작품 안에 갇혀 정체된 인물로 등장한다. 차인표는 실재와 허구를 오가며 '웃픈(웃기고 슬프다는 뜻의 유행어)' 상황을 연기한다.
"5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거절했어요. 자발적으로 저런 묘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4년이 흐른 뒤 다시 제안을 받고 '하겠다'라고 했어요. 거절도 승낙도 같은 이유였죠. 극 중 정체된 차인표가 못마땅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4년 동안) 변하지 않은 제 모습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변신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거죠."
차인표는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시작으로 '별은 내 가슴에' '그대 그리고 나' '왕초' '완전한 사랑' 영화 '목포는 항구다' '한반도' 등 다양한 장르와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차인표는 언제나 로맨틱하고 젠틀하며 반듯한 성품을 가진 이로 기억되었다.
"솔직히 그동안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도 있었어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차인표는 이런 일을 해선 안 돼'라고 생각해왔고 항상 바르게 행동하려고 했고요. 작품 선택에서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스로 통제해왔고 생활의 한 부분이었죠. 그러다 보니 제 이미지가 더 굳어졌고 직업적으로 정체가 온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극 중 차인표와 달리 실제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도 컸다. 그는 "세월이 흐르고 더 이상 주연을 맡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레 받아들이겠지만 배우가 연기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괴롭게 느껴졌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더 이상 작품이 들어오지 않으니. '아, 내가 정체되어있구나' '고착화 되었구나' 느끼게 된 거죠. 변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작품을 거쳐 점층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차인표'를 통해 한 번에 무너뜨려 버렸다.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
"연예인은 어떤 식으로든 포장이 되어있어요. 그게 외부건, 스스로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주는 거죠. 저도 포장 안에 갇혀있었어요.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배우도 있고, 한 분야를 착실히 해내는 배우도 있잖아요. 작품을 통해 점층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강한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고 이 작품이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그럼에도 마음을 비우는 건 힘든 일이었다. 일종의 자존심 같은 거였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 작품에 뛰어들었지만 완벽하게 마음을 비우는 게 힘들더라고요. '아, 이거 하나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것도 생기고요. 구출될 때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쳤으면 좋겠고…. 하지만 저를 깨는 과정이었고 제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건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니까. 감독이 만든 세계관을 충실히 따르기로 한 거죠."
연기적으로도 힘을 빼고 실제 자신의 모습을 꺼내려고 했다. 멋들어지고 폼나는 목소리와 말투가 아닌 실제 차인표에 가깝도록 많은 걸 비우고 지웠다.
"연기로 가장 제가 보이는 캐릭터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고 감독님도 그걸 바랐어요.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기를요. 그때그때 느끼고 연기하려고 했죠."
극 중 차인표는 산책 도중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등산객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학교의 샤워실을 이용한다. 하지만 수압을 이기지 못해 샤워장이 무너지고 차인표는 알몸으로 건물 잔해에 깔리게 된다. 자신의 이미지가 무너질 것을 걱정해 타인의 도움을 거절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배우의 삶을 시사하기도 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극 중 차인표를 극한으로 몰아간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극 중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극한의 상황에 부닥치지만 실제 제가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이 (극 중 인물보다) 더 극한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몇 년째 놀고 있으면 그건 배우로서의 생명이 끝났다고 보거든요. 건물 안에 갇힌 사람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데. 배우 생명이 극한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이 너무 컸고 그 마음으로 절실하게 연기에 임한 거 같아요."
차인표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하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고 젊은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었다.
"제게 큰 소득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젊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제 나이 또래가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새로운 팬들도 생겨서 기뻐요. 기존 팬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저를 상기할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감사했죠."
그의 말대로 영화 '차인표'는 B급 감성 코미디로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분명한 작품이다. '차인표'의 감성을 사랑하는 젊은 관객들은 영화의 상징을 비롯해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내가 나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라는 감상평을 보았어요. 젊은 남자 관객의 글이었는데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더라고요. 우리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감상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도 부담인데 '나'를 연기해보라니. 심지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희화화하는 것도 내 몫이라니. 희대의 로맨티스트이자 젠틀함의 상징 격인 배우 차인표(54)에게 이 영화가, 이 캐릭터가 쉬운 선택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차인표는 모든 걸 감내하기로 했다. 배우 활동에 공백기를 가지며 배우로서 위기감을 느꼈고 그것이 창피함이나 부담감, 두려움보다 더 컸다. 극 중 차인표가 붕괴한 건물에서 알몸으로 구조되는 것처럼 실제 차인표 역시 모든 이미지와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제목부터 주인공 캐릭터까지 실제 배우 차인표를 모티프로 한다. 극 중 차인표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작품 안에 갇혀 정체된 인물로 등장한다. 차인표는 실재와 허구를 오가며 '웃픈(웃기고 슬프다는 뜻의 유행어)' 상황을 연기한다.
차인표는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시작으로 '별은 내 가슴에' '그대 그리고 나' '왕초' '완전한 사랑' 영화 '목포는 항구다' '한반도' 등 다양한 장르와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차인표는 언제나 로맨틱하고 젠틀하며 반듯한 성품을 가진 이로 기억되었다.
"솔직히 그동안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도 있었어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차인표는 이런 일을 해선 안 돼'라고 생각해왔고 항상 바르게 행동하려고 했고요. 작품 선택에서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스로 통제해왔고 생활의 한 부분이었죠. 그러다 보니 제 이미지가 더 굳어졌고 직업적으로 정체가 온 것 같아요."
"더 이상 작품이 들어오지 않으니. '아, 내가 정체되어있구나' '고착화 되었구나' 느끼게 된 거죠. 변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작품을 거쳐 점층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차인표'를 통해 한 번에 무너뜨려 버렸다.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
"연예인은 어떤 식으로든 포장이 되어있어요. 그게 외부건, 스스로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주는 거죠. 저도 포장 안에 갇혀있었어요.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배우도 있고, 한 분야를 착실히 해내는 배우도 있잖아요. 작품을 통해 점층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강한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고 이 작품이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그럼에도 마음을 비우는 건 힘든 일이었다. 일종의 자존심 같은 거였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 작품에 뛰어들었지만 완벽하게 마음을 비우는 게 힘들더라고요. '아, 이거 하나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것도 생기고요. 구출될 때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쳤으면 좋겠고…. 하지만 저를 깨는 과정이었고 제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건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니까. 감독이 만든 세계관을 충실히 따르기로 한 거죠."
연기적으로도 힘을 빼고 실제 자신의 모습을 꺼내려고 했다. 멋들어지고 폼나는 목소리와 말투가 아닌 실제 차인표에 가깝도록 많은 걸 비우고 지웠다.
"연기로 가장 제가 보이는 캐릭터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고 감독님도 그걸 바랐어요.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기를요. 그때그때 느끼고 연기하려고 했죠."
극 중 차인표는 산책 도중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등산객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학교의 샤워실을 이용한다. 하지만 수압을 이기지 못해 샤워장이 무너지고 차인표는 알몸으로 건물 잔해에 깔리게 된다. 자신의 이미지가 무너질 것을 걱정해 타인의 도움을 거절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배우의 삶을 시사하기도 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극 중 차인표를 극한으로 몰아간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극 중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극한의 상황에 부닥치지만 실제 제가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이 (극 중 인물보다) 더 극한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몇 년째 놀고 있으면 그건 배우로서의 생명이 끝났다고 보거든요. 건물 안에 갇힌 사람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데. 배우 생명이 극한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이 너무 컸고 그 마음으로 절실하게 연기에 임한 거 같아요."
차인표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하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고 젊은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었다.
"제게 큰 소득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젊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제 나이 또래가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새로운 팬들도 생겨서 기뻐요. 기존 팬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저를 상기할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감사했죠."
그의 말대로 영화 '차인표'는 B급 감성 코미디로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분명한 작품이다. '차인표'의 감성을 사랑하는 젊은 관객들은 영화의 상징을 비롯해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내가 나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라는 감상평을 보았어요. 젊은 남자 관객의 글이었는데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더라고요. 우리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감상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