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란 한국대사관, 한국민 선원들과 직접 면담..."안전 확인"
2021-01-07 17:26
억류 과정서 폭력 등 위협 행위 없어
정부 대표단도 곧 테헤란 도착 예정
정부 대표단도 곧 테헤란 도착 예정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가운데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억류된 한국 선원들의 안전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급파된 대사관 현장지원팀 3명은 전날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된 선박 '한국케미호'의 한국인 선원 1명을 대표로 만났다.
현장지원팀은 이번 면담을 통해 한국인 선원 5명을 비롯해 전체 선원 20명의 신변 안전을 확인했다.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도 해당 선원과 별도로 전화 통화를 진행, 안전을 거듭 확인했다.
억류된 한국인 선원들은 테헤란에서 반다르아바스항까지 약 1300km에 걸친 구간을 16시간가량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란 측이 선박을 억류하는 과정에서 폭력 등 위협을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측 태도와 관련해 "면담을 했던 선원은 '특별히 폭력 등 위협적인 태도를 포함해 문제가 될 만한 (이란 측의) 행동은 없었다'고 직접 진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또 "정부는 이란 당국과의 교섭을 통해 조속히 다른 선원들에 대한 영사 접견을 추진하고 한국케미호의 억류 해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장지원팀은 또 억류된 선원들이 향후 국내에 있는 가족과 국제전화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한편, 이란 지방정부와 사법기관 및 항만 담당기관 등과도 접촉할 방침이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도 이날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테헤란에 도착한다. 앞서 정부 대표단은 이날 0시 35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대표단은 이란 외교부 등과의 현지 실무교섭을 통해 가능한 한 조속히 선원들이 풀려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이란 측이 주장하는 환경규제 위반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될 경우 선원들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정부는 환경오염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정부 요청에 무응답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최 대변인은 "선박 및 선원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한 이란대사관, 주이란 한국대사관 등 대표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이 문제가 조기에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데 긍정적인 인식의 일치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단에 이어 10일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하는 최 차관은 선원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한 뒤 이란 정부가 그간 거듭 요구해온 국내에 동결된 이란 원유수출자금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이란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에 동결된 자금 70억 달러(7조6000억원) 가운데 10억 달러가량을 의료 장비 구매에 쓰고 싶다고 한국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최 차관이 이번 방문을 통해 이란 측 요구를 더욱 구체화할지 관심을 모으는 셈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관례상 확인해줄 수 없지만 정부는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 확대를 적극 추진해왔다"며 "정부는 대이란 관련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해 주기적 협의하고 있고 의료 장비나 백신 등 인도적 지원 확대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야기가 되거나 (이란 당국이) 희망하는 인도적 지원의 규모는 논의 중이라 가변적인 상황"이라며 "현재 구체적 확인은 어렵고, 필요한 것은 미국이나 국제사회랑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 차관이 이란을 방문해 이란 동결자금 문제에 대해 어떤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여러 창의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지만 아직 협의 중이라 지금 소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최 차관은 카타르로 이동, 카타르 측과 한국 기업 진출 확대 등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 후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이란의 선박 억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선박 억류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데 대해 "해당 지역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보당국은 지난해 12월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한국 국적 민간 선박의 나포 가능성을 포함한 첩보를 미리 입수한 후 안보 관련 부처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선박 억류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미흡하게 대응해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최 대변인은 "사건이 일어난 해역을 포함한 해당 지역은 해외 안전 측면에서 여러 가지 유동성이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지역"이라며 "따라서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 등을 포함해 해당 지역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안전 관련 징후가 있을 때마다 관계부처나 공관, 민간기업 모두에게 관련 사항을 공지하고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들을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해왔다"며 "참고로 해당 해역은 우리 국적 선박만 해도 매일 20여척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선박 운항이) 빈번한 지역이다. 통상적인 조치를 늘 지켜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