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美정권 교체 보름 전 8차 당대회 소집…"주체적 역량 강화" (종합)

2021-01-06 09:38
北 제8차 노동당 대회 5일 개막…김정은 개회사
김정은 '경제실패' 재인정…대외 메시지는 없어
단, 사업총화 보고서 '통일·대외관계' 진전 언급
대회 참석 7000명…마스크 착용·거리두기 안해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 최대 정치 이벤트로 꼽히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회사로 5일 개막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보름 앞둔 시기에 북한의 대내·대외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정치행사가 열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제8차 당 대회 개회사를 통해 지난 5년간의 당 사업 추진 결과를 평가하고, 이번 당 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경제성과 실패를 재차 언급하며 자체적 역량 강화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최대 정치 이벤트 중 하나인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위원들과 당 대회에 참석해 개회사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北 김정은, 또 경제실패 언급···핵 성과 언급 無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당 대회 소집과 관련 대내외 정세, 배경, 그동안 준비해 온 노력,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김 위원장이 ‘엄청나게’라는 표현을 써가며 또다시 경제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핵 성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개회사는 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복구 등 내부 사안에만 집중됐다. 제7차 당 대회에서 언급됐던 핵 성과 내용도 없었다. 또 대남(對南)·대미(對美) 등 대외적 내용도 빠졌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경험과 교훈, 범한 오류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총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경제성과 도출의 실패가 대북제재 장기화 등 대외적 요인 이외 북한 당 내 등 대내적 요인 때문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경제목표 미달을 재차 언급한 것은 (경제난의) 심각성을 재각인시키려는 의도다. 다만 경제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지 않고, 내부에도 있다고 했다”며 “부정부패, 의존주의, 소극주의 등 비판, 척결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실패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언급하며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 대회가 당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국력 강화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일으키는 디딤점이 되고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제8차 당 대회를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로 되게 할 것이라며 “총결 기간 중앙위원회 사업을 엄정히 총화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 건설에서의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 방향과 임무를 다시 한번 명백히 확정하며 이를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당원들과 인민들 앞에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 이벤트 중 하나인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위원들과 당 대회에 참석해 개회사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경제건설·인민생활에 초점···北 사회변화 중요 변곡점”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가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4개월 동안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파견해 제7차 당 대회 결정 집행 실패를 파악하고, 노동자·농민·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요해(점검) 검열 소조들에서는 ‘당 제7차 대회 결정 관철에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태공(태업)한 것은 무엇인가’, ‘실리적으로 한 것은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 것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당적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가’ 등 진상을 파악했다.

또 중앙당 부서들과 전국 당 조직들은 5년간 사업 정형을 총화한 자료들과 함께 투쟁목표와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들을 당 중앙위 정치국과 대외 준비위원회에 제기해왔다. 아울러 당 대회 준비사업 일환으로 앞서 5년간 당 재정사업을 분석·총화하고, 인민군에게 감사와 ‘전투적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 위원장 스스로 북한 사회 내부의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자신이 직접 바닥 민심을 파악하고, 더욱 현실적인,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당 대회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측면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노선과 전략 전술적 방침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북한사회 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 교수는 “주체역량과 투쟁과업을 확정하고자 4개월간 요해점검소조를 운영해 자아비판식 활동평가와 목표설정을 해왔음을 강조, 당 쇄신을 위한 일하는 당 대회를 부각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 이벤트 중 하나인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위원들과 당 대회에 참석해 개회사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당 대회 참석자들 ‘NO 마스크’···코로나 통제 자신감 과시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제8차 당 대회 개막 사진 속 당 대표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마스크 없이 대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의 개회사와 사업총화보고를 경청했다.

김 위원장의 개회사에 따르면 당 대회에는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각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 방청자 2000명이 참석했다. 약 7000명이 제8차 당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한 칸씩 띄어 앉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당 대회 참가 인원을 확대하고, 마스크 쓰기·거리두기 등도 시행하지 않은 것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코로나19 통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그처럼 어려웠던 지난 한 해 전례 없이 장기화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완강히 이겨내면서 방역사업에서 전 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견지하고 그것을 애국적 의무로 여기며 방역의 안정적 형세를 시종일관 철저히 보장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한편 김재룡 당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8차 당 대회에서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와 김여정 제1부부장 등 38명을 대회 집행부로 선출됐다. 또 신룡만·함룡철·서경남·김봉철·김종관·김정민·리형진 등을 대회 서기부로 선임됐다.

한편 김 위원장의 개회사에는 대외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다만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 시작을 언급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위한 주된 투쟁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 그리고 조국통일 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고 당 사업을 강화·발전시키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고 전해, 대외 정책 언급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 교수는 “오늘 노동신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국통일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번 8차 당대 회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을 비롯한 대남 메시지와 북·미 관계를 포함한 대미 메시지가 있을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