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②김여정의 부상…'백두혈통'에 집중된 권력

2021-01-06 08:00
김정은 공식집권 이후 당·정·군 내 권력 강화
'백두혈통' 여동생 김여정, 2인자로 입지 굳혀
김정은 '독재체제' 한반도 정세 긴장조성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권력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인자로 부상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올해 집권 10년 차를 맞이한 김 위원장은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그동안의 당 사업을 평가하고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검사위원회 총화 보고,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도 진행할 전망이다.

6일 노동신문은 이번 당 대회에는 당 대표자 4750명이 참석했고, 노동당 중앙위 사업총화, 당 중앙검사위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에 대한 토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제8차 당 대회 집행부가 5년 만에 대거 물갈이되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집행부 명단에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김여정 제1부부장, 조용원 제1부부장 모두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다만 당 내 위상과 연결되는 김 제1부부장의 주석단 자리는 김 위원장과 같은 1열이 아닌 2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번 당 대회에서 김 제1부부장의 당 내 위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제8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 새 대내외 전략 노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군 지위가 ‘대원수’ 급으로 격상되고, 김 제1부부장의 당 직책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공식집권 10주년에 열리는 제8차 당 대회를 계기로 당 권력구조를 개편해 ‘백두혈통’의 위상은 높일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당·정·군의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는 ‘백두혈통 남매 정치’가 펼쳐질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전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국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016년부터 김정은에게 직접적으로 충성하는 인사들을 중앙에 배치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났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특히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이 권한을 참모들에게 위임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며 김 제1부부장의 지위 변동도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김 제1부부장이 새로운 지위를 통해 권력과 위상이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현재 불분명한 김 제1부부장의 소속이 한층 명확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이미 김 제1부부장이 북한에서 김 위원장 다음인 2인자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기반은 탄탄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령’의 절대성과 ‘백두혈통’에 의한 통치는 이미 북한의 정치 이데올로기에서 단기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나 그 일가 이상의 정치적 정통성을 내세울 수 있는 정치 엘리트들은 이미 숙청됐거나 순치됐다”면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1인 독재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기간 당내에서 군의 세력과 권력을 약화한 것도 ‘백두혈통’ 중심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2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일기 책임연구위원과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북한 노동당 변화와 당 규약 개정’ 보고서에서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장을 신설해 최고지도자 직위에서 군의 흔적을 삭제했다.

보고서는 “김정은은 집권 10년 만에 처음으로 군 인사를 배제하고 김정은, 최룡해, 리병철의 당 분야 3인과 박봉주, 김덕훈의 행정 분야 2인으로 구성된 상무위원회 5인 체계를 구성했다”면서 “2019년 말 당 내에 ‘군정지도부’를 신설해 총정치국을 견제했다”고 설명했다.

군정지도부가 신설부서인지 기존 당 군사부의 권한을 확대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부 통제관리를 위한 부서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군정지도부는 총정치국을 지도하는 상위기관으로 추정, 총정치국 위상에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군부 서열 1위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군 정치국장이 이제 정치국 위원 직책에 머무르게 된 셈이다.

한편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김정은 1인 독재체제’가 북한의 정치적 불안 요인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반도 정세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독재 자체가 내부 불안 요인을 ‘외부의 적’으로 치환시키는 통치 기술을 구사하는 만큼,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대남(對南) 도발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이미 지난해 도발행위를 통해 한국의 소극적 대응을 경험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북한에 대남 도발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차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 도발은 (대외 환경) 국면 전환을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양보’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