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뻥 뚫린 K방역…연말연시 자가격리 체험기

2021-01-05 10:37
자가격리 열흘만에 온 공식통지서
확진자 접촉 자가격리 대상자 50시간 방치


코로나19 관련해 2020년 가을까지 대한민국 방역, 이른바 K방역은 전 세계 찬사와 호평을 받았다. 정부도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겨울 접어들면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여기저기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다 K방역이 결국 실패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규모 확진에 따른 병상 부족, 집단 시설 무차별 감염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확진자가 늘어난 그 몇 배 이상 자가격리자는 폭증하고 있다. 의료와 방역 현장 인력은 부족하고, 행정 지원 인력은 우왕좌왕이다.

그 걱정과 우려는, 실제로 겪어 보니 현실이었다. K방역 곳곳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성탄절과 신년 연휴 기간 자가격리 얘기다.

◆자가격리 10일 만에 받은 격리통지서
5일 현재 필자는 자택 자가격리 중이다. 동료가 "코로나19 확진입니다"는 소식을 전해 온 12월 26일(목) 이후 11일째다. 자가격리 해제는 7일(목) 정오, 이제 3일 남았다.

허나 격리통지서 및 안내문, 체온계, 소독제, 마스크 등이 담긴 자가격리자 위생 키트를 받은 시점은 4일 오전9시 30분. 자가격리 시작 후 10일, 종료를 4일 앞두고 공식통지문을 받고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한 거다.

격리통지서 수령증을 확인하니 발급일이 2020년 12월 31일로 돼있다. 실제 받은 건 5일 뒤인 새해 1월 4일. 이 과정에서 K방역의 핵심, 기본 중의 기본인 역학조사-자가격리 체계가 엉망진창인 걸 확인했다.

자가격리자 동선을 추적하고 자기진단을 하는 앱 설치도 담당공무원 암호코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설치하지 못한다. 안내문에는 담당 직원과 통화하고 앱을 깔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필자가 앱을 설치할 수 있었던 시점 역시 4일 오전이었다.

나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온 4일 오전 10시 19분, 그는 “12월 31일 오후 5시30분에 이메일을 통해 배정됐고, 연휴(1.1~3) 휴무였다. 연휴 후 첫 출근일인 오늘(4일)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늦게 공식 통보를 하느냐', '휴일 동안 자가격리 업무를 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지원 나온 공무원이라 모른다. 보건소로 연락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자가격리 10일만에 도착한 통지서]


◆확진자 확인→자가격리 구두 통보에 50시간
12월 24일 오전 1시간 30분 정도 함께 일한 동료가 코로나19 확진됐다는 걸 안 때는 26일 정오쯤.

해당 확진자는 26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보건소에서 확진 결과를 통보받았고, 곧바로 전화를 통해 1차 역학조사를 받았다. 확진자는 구리시 보건소 관계자에게 필자 연락처를 포함, 접촉한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줬다.

이후 확진자는 개별적으로 접촉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연락받은 이들은 방역당국 조치 없는 ‘각자도생’의 시간을 꽤 보내야했다.

일단 필자는 26일 오후 1시쯤 집과 가장 가까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자택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당연히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사실을 알렸다. 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는 계속했다. 밀접접촉자 기준, 잠복기, 자가격리 여부 등을 '알아서' 판단해야 했다. 

확진자 1차 역학조사를 했던 구리시 보건소, 접촉 장소를 관할하는 서울 종로구 보건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저 필자 판단에 따라 스스로 격리해야 했다. '혼돈의 카오스'는 성탄절 연휴 막판 내내 계속됐다.

연휴 이후 월요일인 28일 드디어 코로나19 방역 관련 공무원에게 첫 전화를 받았다. 오후 2시 42분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가 필자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를 통보했다. 확진자의 연락을 받고 자체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만 이틀 더하기 2시간, 무려 50시간 만이다. 50시간 동안 방역당국은 확진자 밀접접촉자인 필자를 방치한 거다.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구리시에서 28일 오전 1차 보고서를 받았다. 구리보건소 작성 보고에는 확진자 가족 1인에게 자가격리 조치를 했다는 내용만 있다”고 했다.

구리시 보건소는 1차 역학조사에서 접촉자 연락처를 확보했음에도 자가격리 통보를 전혀 하지 않고 종로보건소에 떠넘긴 셈이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구리-종로-고양, 지자체 ‘손발’ 맞나
코로나19 확진자는 구리시 보건소 1차 방역 조사에서 접촉자 명단,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구리시 보건당국은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확진자가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구리시의 부실한 역학조사는 고스란히 종로구청으로 이어졌다. 확진자가 돌아다니고 머문 공간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할 수 없었다. 종로구 보건소 역학조사 담당자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 통보 받았죠?”라고 물었다. 어처구니 없고 당황스러웠다. 밀접접촉 여부를 조사하고 그 판단에 따라 자가격리 할지말지를 통보해야 할 보건당국이 확진자 발생 50여시간만에 되려 접촉자에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거다.

어이가 없어 “이미 자가격리 중이고 왜 이제야 밀접접촉, 자가격리 여부를 되려 묻느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서 “공식 통지서는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보낼 것”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필자 거주지 보건소인 고양시 일산동구 보건소는 하루 뒤인 29일 오후 4시29분 전화를 통해 첫 자가격리 안내를 했다.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호물품을 받았고, 공식통지서 수령 과정은 위에 적은 것과 같다.

역학조사, 자가격리는 방역의 기본 첫 걸음이다. 이 기본을 지켜야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는다. 자가격리 관리가 잘 안되면 모든 방역 노력이 허사다. 보건당국, 지자체는 현장 행정지원 공무원이 부족하면 추가로 인력을 파견해야 하고, 일을 제대로 하게 해야 한다. 연휴, 휴일 특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