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스포츠 후원을 고민한다면
2021-01-04 09:25
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지난해 2월 종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만년 꼴찌였던 드림즈가 새로운 후원사 PF소프트를 만나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해피엔딩이다. 새로운 포맷의 드라마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1994년 방영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이후 26년 만의 '대박' 스포츠 드라마로 기록됐다.
9개월 뒤에는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NC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우승했다. 그것도 통합 우승이다.
주장 양의지(34)는 마운드 위에서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MMORPG 게임 리니지에서 등장하는 진명왕의 집행검을 뽑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세리모니였다. 1998년 10~20대의 컴퓨터가 고작이던 피시방에서 리니지를 즐기던 사람들은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에서 주목받을지 아무도 몰랐다.
김 구단주는 어릴 적 '거인의 별'이라는 야구 만화에 심취해 있었다. 만화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서 훈련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는 우승 소감으로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 달 뒤에는 연기대상이 열렸다. 이번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남궁민(43)이 데뷔 19년 만에 대상을 받았다. 한참 유행 중인 '펜트하우스'를 눌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포츠 드라마 주인공이 대상을 받은 것은 방송 3사(SBS, KBS, MBC) 연기대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작품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2020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웠던 2020년에 일어난 일이다.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프로스포츠 후원사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후원을 이어갔다.
프로야구 KBO리그 10구단(NC·두산·KT·LG·키움·KIA·롯데·삼성·SK· 한화)과 프로축구 K리그1·2 22구단(시민·기업 구단)이 시즌을 마쳤다.
프로농구 KBL 10구단(KCC·KGC·오리온·KT·전자랜드·삼성·현대·SK·LG·DB)과 WKBL 6구단(KB·우리·신한·삼성·하나·BNK), 프로배구 KOVO 남자부 7구단(우리·현대·삼성·한전·OK·KB)과 여자부 6구단(현대·GS·흥국·KGC·IBK·한국도로공사)이 시즌을 진행 중이다.
프로골프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지만, 대회 후원을 결정한 기업들 덕분에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매년 후원을 이어오던 기업들과 아이에스동서, 대유위니아, 팬텀, 오텍캐리어, 휴엔케어 등이 KLPGA를 돕자며 발 벗고 나섰다. 연말에는 대보그룹이 내년 시즌 개최를 약속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우성종합건설, 헤지스골프, 비즈플레이, LG 등이 새로운 대회를 개최했다. 물론, 매년 후원을 이어오던 기업들도 함께 했다. 던롭스포츠코리아는 2부 투어(스릭슨투어)를 후원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코로나19 속에서 스포츠는 문화로 성장했고, 프로스포츠가 유지됐다. 이제 해가 바뀌어 2021년이다. 기업가인 당신이 스포츠에 대한 후원을 고려한다면 상승장을 타기 시작한 지금은 어떨까. 스토브리그와 NC다이노스의 성공도 더 이상 꿈이나 만화 같은 일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