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로 보는 중국] "코로나가 뭐예요?" 나홀로 명품 쓸어담는 중국

2020-12-31 04:00
'58조' 중국 사치품시장···글로벌 명품 소비 '5분의 1' 차지
"코로나 팬데믹에···" 하이난으로 발길 돌린 중국 명품族
"백화점 대신 티몰" 명품도 온라인 쇼핑으로
4억명 MZ세대, 中 명품소비 주력군으로···

지난 4월 1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최고급 쇼핑몰 타이구후이에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가 개장했다. 개장 첫날에만 1900만 위안(약 31억8000만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전 세계 명품 매장 개업 첫날 신기록이었다.

올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려진 봉쇄령으로 수개월 참았던 명품 소비욕구가 폭발한 것이었다. 당시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라는 새로운 열병이 나타났다"고 표현했다. 

실제 올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은 위축됐지만, 중국 명품 시장만 50% 가까이 급증하며 '나홀로' 독주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명품 시장이었다. 전 세계 사치품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도 갑절로 증가하며, 중국은 글로벌 명품 시장의 '구세주'가 됐다. 
 

[그래픽=아주경제DB]



◆'58조' 중국 사치품 시장··· 글로벌 명품 소비 '5분의1' 차지

글로벌 경영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과 공동 발표한 중국 사치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사치품 시장은 올해 작년 대비 48% 증가한 3460억 위안(약 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중국의 글로벌 명품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에서 20%로 갑절로 증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중국 사치품 시장이 2025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사치품 시장 규모가 2170억 유로(약 290조5000억원)로 작년 대비 23%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과 비교된다. 세계 명품 시장이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분기 명품 시장에선 폐점과 감원이 잇따랐다. 2분기 전 세계 명품 판매액이 작년의 반토막 수준까지 곤두박질쳤을 정도다.

3분기 들어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차츰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4분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또다시 위축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명품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팬데믹에··· " 하이난으로 발길 돌린 중국 명품族 

전 세계 명품 시장을 살린 건 '큰손' 중국인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면서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억눌렸던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는 중국 본토 명품 매장에서 폭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 발길이 묶인 탓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7월부터 하이난성에서 내국인 면세 지원책도 실시했다. 내국인 연간 면세 구매한도를 높이고 면세품 품목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만 하이난 면세점 매출액은 3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덕분에 올해 중국인의 명품 소비액 중 중국 본토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 7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파트너인 브루노 라네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의 4대 엔진이 명품 시장 회복세를 견인했다"고 표현했다. 4대 엔진은 △국내 소비로의 회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 △디지털화 △하이난 내국인 면세점이다. 

◆"백화점 대신 티몰" 명품도 온라인 쇼핑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중국인의 명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디지털화와 연경화가 그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내 사치품 소비의 23%는 온라인 채널로 이뤄졌다. 지난해 13%에서 10%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액은 작년 대비 약 1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 명품 소비자의 약 40%는 앞으로 온라인을 통한 명품 구매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들도 잇달아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올해 들어서만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티몰에 까르띠에·프라다·구찌·겐조·미우미우·아르마니·크리스찬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가 잇달아 입점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티몰글로벌에서 루이비통·에르메스·구찌·프라다를 대표로 한 명품 브랜드 거래액은 작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럭셔리 주얼리·시계 브랜드 피아제의 셰비 누리 CEO는 "중국이 빠르게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마케팅 방식도 다양해졌다"며 "(우리가) 티몰을 선택한 건 중국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과 더 가까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고도 덧붙였다.  

◆4억명 MZ세대, 中 명품소비 주력군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을 공략한 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M세대는 1980~1995년 출생자를, Z세대는 1995년 이후 출생자를 의미한다. 합쳐서 약 4억명에 달하는 중국 MZ세대는 최근 중국 명품소비 주력군으로 떠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 온라인 티몰 사치품(명품패션 및 생활용품) 거래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했다. 소비액으로 보면, M세대와 Z세대의 티몰 명품 소비액은 작년 대비 각각 125%, 189% 급증했다.

셰비 누리 CEO는 "올해 젊은 층 구매력의 확대는 명품 브랜드들이 더 넒고 안정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소비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MZ세대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브랜드와 관련된 각종 화제와 이슈를 만들어내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어 "우리가 티몰을 선택한 것도 온라인쇼핑과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제품을 판매)에 익숙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MZ세대의 명품 구매력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25년 MZ세대가 중국 사치품 전체 소비의 향후 70%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