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요기요 '조건부 승인'에 자신감 보이는 이유는?

2020-12-28 15:34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앱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시장 점유율 100%에 가까운 거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탄생이 좌초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에 '조건'을 달았다. 당초 기업결합을 신청한 목적이 국내 배달앱 시장 독과점이 아니라면 수용 가능한 조건이다. 

공정위는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의 기업 결합을 조건을 달고 승인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은 승인할테니 배민만 남기고 요기요는 100% 매각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인수 거절이나 다름없다. 업계 1위를 인수해 거대 배달앱으로 거듭나려던 업계 2위의 야욕은 이렇게 끝이 났다.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을 단 것은 경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향후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으로 99.2%에 달하는 거대 배달앱이 탄생하면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시장 환경은 경쟁 필요성이 사라져 소비자 혜택이 줄고 음식점 수수료는 인상되는 결과를 낳는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배민의 수수료 인상 논란이 이번 기업 결합 심사에 일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수료 인상 의도와 인상으로 인한 수수료 체계 변화를 실증 분석한 결과 수수료가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수수료율이 실질적으로 더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도 "수수료 개편 의도 등을 봤을 때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이라고 봤다"며 "실질적으로 수수료 이율 자체보다는 소비자 할인 폭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부 승인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목적을 손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양사는 이번 기업 결합 목적이 DH의 물류시스템 기술과 우아한형제들이 가진 마케팅 능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고 주장했다.

요기요를 매각하더라도 이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얻을 수 있다. DH가 요기요 지분을 전부 매각하더라도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의 사업은 기존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기업 결합의 목적이 독점 이윤 추구가 아니라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DH가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배달시장을 독과점하기 위기 위해 기업결합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건부 승인이어도 DH 입장에서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배민과 요기요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요기요를 매각하더라도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배민의 점유율은 80%에 가깝다.

만약 DH가 공정위 조건을 거부하면 배민 인수는 무산된다. 그러나 DH측은 공정위 조건을 수용해 요기요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는 요기요의 몸값을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고려해도 인수가가 1조원대는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인수 후보로 배달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이 거론된다.

매각 시점 준수도 중요하다. DH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후 6개월 내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매각이 6개월 동안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매각되지 않으면 일별로 이행강제금을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