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이츠, 배민-요기요 위협하기 어려울 것"

2020-12-28 12:01
'1주문 1배달' 고비용 요구...서비스 지역 서울·경기도 일부로 한정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주문 1배달' 서비스를 추구하는 쿠팡이츠가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다른 배달앱에 비해 고비용이 요구되는 데다 쿠팡이츠 서비스 지역이 서울과 경기도 일부에 한정된 탓이다.
 
공정위는 28일 딜리버리히어로 SE가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내용을 담았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기준 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전국적으로 배민-요기요에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5월 쿠팡이츠를 선보였다. 쿠팡이츠는 배민, 요기요처럼 앱에 등록된 식당에 주문을 하면 고객의 집 앞까지 음식을 갖다주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달앱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는 다른 배달 앱과는 달리 배달원 1명이 한 번에 주문 1건만 배달하는 정책으로 '빠른 배달'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쿠팡이츠의 행보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쿠팡이츠는 배달 업계 진입 초반에 최소 주문금액 0원, 배달비 0원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걸며 이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GS25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전통시장 음식 배달도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쿠팡이츠의 노력은 수치로 증명된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4만명이었던 쿠팡이츠 MAU는 1년 만에 150만명까지 늘었다.

배달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 순위도 올해 2월 배달통을 처음으로 제치고 배달의민족(1318만명), 요기요(660만명)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후 3~5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월부터는 쿠팡이츠가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쿠팡이츠의 약진에도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인 요기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민과 요기요가 전국에서 서비스하는 것과 달리 쿠팡이츠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해서다.

조성익 공정위 경제분석과장은 "배달앱 시장은 양면시장이고 플랫폼 시장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네트워크 외부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정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만으로 충분한 수준의 간접적인 네트워크 외부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따지면 인지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적 한계와 더불어 쿠팡이츠의 사업 영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깔려 있다.

배달앱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비자와 음식점 간에 음식주문을 중개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으로, 크게 주문만 중개하는 '주문중개 모델'과 배달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자체배달 모델'로 구분된다.

주문중개 모델보다 자체배달 모델이 더 큰 비용이 드는데,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은 자체배달 모델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배달앱이 등장하기 전부터 중식, 피자, 치킨을 중심으로 배달이 가능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문중개 모델의 경쟁력이 높다.

게다가 이미 배민과 요기요가 99%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배달을 하는 쿠팡이츠가 주문중개 모텔을 채택한 다른 배달앱과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쿠팡이츠가 배민과 요기요에 충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배민도 지난 2015년 자체배달 모델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과 광역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배달앱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마케팅은 굉장히 파격적인 수준인데 이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전국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심인 가운데 관건은 이런 구조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중단했을 때도 쿠팡이츠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