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동산 전망] 초저금리·전세난…'수도권 패닉바잉' 더 심해진다
2020-12-28 07:43
정부가 안정적 공급을 강조하기 위해 3기 신도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막연히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보다는 언제든 괜찮은 물량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설 사람이 더 많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내년에도 집값 오른다··· '상저하고' 뚜렷
내년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상반기 동안 다주택자들이 얼마나 매물을 내놓을지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과 세율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들에게 세 부담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많아지고, 가격이 하락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무게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주택시장에서는 세금 회피용 매물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일부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이미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로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도 "다주택자 중 대부분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내년 상반기에도 급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집값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 전세와 월세에 피로감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임에도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모두 받으면 결국 올해와 같은 '상저하고'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급매물은 적고, 대기수요자는 많은 상황이다 보니 매매가는 보합이고 거래량은 느는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양도세율 인상은 오히려 매물을 잠그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보유세는 부담이 되겠지만 가격 상승이 우세하다는 입장에서 집을 더 보유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똑똑한 한 채' 선호 심리··· 지방보다 수도권
보유세 부담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매물은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비선호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구축단지보다는 신축이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내년 부동산 시장은 서울이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강세, 기타 수도권은 매매가 강보합세, 전세가 강세가 예상되는 반면 지방은 매매가 보합세, 전세가 강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권 일부는 거래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서울 외곽과 강북, 경기도는 중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유입되며 갭 메우기 현상이 동반되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 등은 전매 규제가 길어 신축 아파트 유통 매물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새 아파트 희소성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은 "규제지역의 확대는 서울, 수도권 등 인기지역으로 다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어차피 똑같이 규제를 받는 상황이라면 인프라가 좋고, 실수요자가 탄탄한 곳이 주목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지방도 실수요자가 많은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온 기타 지역의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 부동자금이 넘치고 있어 지방 가운데서도 장기 소외지역이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규제로 묶인 지방 광역시 중심으로 주춤하긴 하겠지만 전셋값 상승으로 실수요자 갈아타기가 본격화되면 지방이라고 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방은 올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세종, 대전 등이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작용할 것"이라며 "지역 경기 침체와 대규모 공급 등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였던 일부 지역은 대규모 공급 부담과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면서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차 후폭풍도 여전··· 전세 줄고 월세 늘고
올해 전셋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2법이다.
새 임대차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고 '로또'가 된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임대차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전세 품귀가 심화했다.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으로 청약 대기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랩장은 "내년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3기신도시 청약대기 수요와 보유세 등 과세 강화에 대한 임대인의 세 부담 전가 우려가 있어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전세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임대차 3법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에 적어도 2년 정도의 재계약 기간이 끝나야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일 팀장 역시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임대차법 시행이며, 당분간 과도기로 인한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분양을 받기 위한 청약대기자들이 많고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난 해소도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에 보유세 강화로 인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정섭 부부장은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데다 각종 보유세와 준조세 성격의 세 부담이 커지다 보니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세입자가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엔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집값은 8.35%, 전셋값은 6.5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가격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60% 상승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13.06% 올라 2018년(13.56%) 이후 2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단독과 연립은 각각 6.81%, 8.18% 상승해 모두 2007년(7.08%, 8.8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시는 아파트값 기준 상승률이 1년 만에 44.97%에 달했고, 전셋값 상승률은 27.6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