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부장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으로 대기업과 맞손

2020-12-28 10:00
전 세계 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 움직임↑
한국 소부장 경쟁력 바탕으로 중소기업·대기업 간 연계 강화

[사진=SR테크노팩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나라마다 공장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부장 관련 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 2001년 912억 원에서 올해 2조 72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2016~2018년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 종료 과제 중 수요기업이 기술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는 92.9%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이 성과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소부장 업계의 기술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기술이 탄력을 받고 있다.

◆SR테크노팩의 친환경 산소차단 코팅 필름 ‘GB-8’

포장재 생산 전문기업 SR테크노팩은 친환경 산소차단 코팅 기술인 GB-8을 개발하면서 일본 제품이 강세인 국내 식품 포장재 분야에 국산화를 앞당기고 있다.

SR테크노팩은 앞서 수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GB-8을 개발한 뒤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 즉석밥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과정에 있다. 국내 즉석밥에는 일본산 제품이 독점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GB-8기술은 산소차단 효과가 뛰어난 폴리비닐알코올(PVOH)을 사용해 기존 산소 차단 필름보다 3배 이상 산소차단 효과를 보인다. 또 일본이 독점한 EVOH 필름을 GB-8로 바꿀 경우 가격이 25%가량 떨어져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게 SR테크노팩 측의 설명이다.

친환경적인 부분도 GB-8기술의 강점이다. 기존 포장 용기는 이종(異種)재료가 복합적으로 쓰여 ‘Other’로 분류돼 폐기해야 했다. 반면 GB-8을 적용한 포장재는 소비자의 분리배출 없이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SR테크노팩은 지난 10월 푸르밀과 함께 GB-8 필름을 첫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 초 네슬레 말레이시아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스타벅스 RTD, 덴마크 테이크 얼라이브, 동원 F&B 등도 GB-8 기술을 적용하면서 소부장 국산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홍로 SR테크노팩 대표이사는 "포장 용기 산업에 몸담으면서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이 해외에 있다는 부분에 늘 아쉬움을 느껴왔다"며 "앞으로도 GB-8기술이 식품 포장뿐만 아니라 2차 전지나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산업 영역의 포장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국산화 성공한 '탑앤씨'

스타트업 기업 탑앤씨도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전기 자동차 및 모바일 이차전지용 파우치 필름을 국산화했다.

탑앤씨는 기존 일본 DNP사가 독점하던 전기자동차용 알루미늄 파우치 개발에 4년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내전해액성, 성형성, 내압성 등 DNP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탑앤씨는 국내 한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5개 업체와 중국 J사 등에서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성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중국 J사에 80억 규모의 구매 제안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투명 전극 소재 개발한 '쎄미시스코'

반도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전문업체 쎄미시스코는 인듐주석산화(ITO) 투명 전극을 대체할 메탈메시 투명전극용 구리(Cu) 소재를 개발했다. ITO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패널 등에 전극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핵심 소재다.

메탈메시 방식은 필름 위에 미세 격자무늬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 금속을 도포해 전극을 형성하는 형태다. ITO와 비교해 저항값이 낮아 터치 응답 속도가 빠르고 휘거나 구부릴 수 있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폴더블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소재 기술이다.

쎄미시스코는 메탈메시 투명전극으로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 두 곳에서 양산 적용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