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행정소송 판이 커졌다. 첫 심문을 진행한 재판부는 법무부와 윤 총장 측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정직 집행정지 소송이지만 사실상 징계 사유까지 판단하는 '본안소송급'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전날인 22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집행정지 신청 소송 첫 심문을 진행했다. 

첫 심리에서 윤 총장 측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검찰총장 직무 수행에 '긴급한 필요성'을 들어 정직 2개월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 측은 대통령 재가까지 떨어진 징계 결정이 뒤집히면 행정조직 안전을 흔들 수 있다며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도 기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맞섰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 이석웅·이완규 변호사와 추 장관 측 이옥형 변호사 입장을 종합하면 재판부는 이날 소송 사안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루라는 짧은 심문으로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날 저녁 이옥형 변호사가 공개한 석명사항(질문서) 일부를 보면 이런 태도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석명(釋明)은 법관이 당사자에게 사실상·법률상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이다. 
 
재판부는 양측에 △본안에 대해 어느 정도 심리가 필요한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법치주의·사회 일반 이익 포함 여부 △'공공복리' 구체적인 내용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구성 적법 여부 △개별적 징계 사유 구체적 해명 △재판부 분석 문건 용도 소명 △총장 승인 없이 감찰 개시 가부 여부를 요구했다.

재판부가 전체적인 부분을 심리하며 징계에 대한 실체적·절차적 적법·위법성을 같은 비중으로 따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특히 징계위 절차적 정당성을 법무부에 증명하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윤 총장 징계 사유들을 구체적으로 해명하라고 요구해 사실상 '본안 소송'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용도를 윤 총장 측에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집행정지 신청으로 사찰 실체를 파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라왔다가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부결된 관련 사건에 대한 사법부 첫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한 차례 더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 번째 심문기일에는 양측이 제출한 답변서를 놓고 재판부가 세부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 최종 판단은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2차 심리 다음 날부터 성탄절 연휴여서 결정은 다음 주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