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새로운 모빌리티는 새로운 규정으로 담아야

2020-12-23 05:00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과거의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 빨리 바뀔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시대다. 앞으로는 ‘자동차’라는 구시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모빌리티’라는 신개념으로 크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 요소가 강조되면서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능 등 미래 이동수단의 개념을 통째로 바꾸는 패러다임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이동수단이 시장에 등장했고 이에 따른 일선 시장의 규정이나 법규가 크게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경우는 기존 인류 역사상 인격체 개념의 제도에서 법적 인격체 개념으로 자동차를 정의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향후 자동차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험체계 구축은 기본이고, 인공지능이 포함된 자동차로 진전되면서 기존 윤리적인 개념과 상이한 제도로 인한 논란 등도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각 국가별로 이러한 신개념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개정은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이러한 혼란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잇따르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탓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자리 잡고 있고,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회적 문제로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이 지상으로만 운행하던 개념에서 하늘로 다니는 도심형 플라잉 카(UAM)도 예상되고 있고, 초소형 자동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물론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도 등장하고 있어서 다양한 모빌리티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더욱 다양한 이동수단이 등장하면서 예상하기 힘든 미래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움직임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활용되고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법적 준비가 늦어져서 시장의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처는 물론 현황 파악도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약 5년 전에 국내 시장에 등장한 르노삼성의 트위지 같은 1~2인승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도 법적인 준비가 늦어져 2년 전에야 준비가 되기 시작했다. 차량의 안전과 환경 기준은 물론이고 운행 방법이나 조건 등에도 미약해 그동안 시장의 혼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소형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경우, 유럽은 오토바이 종류의 하나인 L7e로 분류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억지로 자동차 범주에 넣었다. 자동차 관리법상 가장 하단인 경차 밑에 초소형차로 분류해 자동차로 간주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후진등이나 각종 안전장치가 갖춰져야 하고, 현재는 없는 충돌 시험도 진행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안전장치가 미흡하다고 해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는 운행하지 못하는 상태다. 즉,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 2400여만대의 차량이 등록될 정도로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제도는 수십년 된 구시대적인 자동차관리법에 우그려 넣어져, 현재 이 법은 누더기법이라 비아냥 받을 정도로 문제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역시 새롭게 등장하는 모빌리티에 걸맞은 새로운 그릇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의 경우도 이미 3년 전부터 시장에 등장해 사회적 문제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선진 모델로 승화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예 준비도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원동기 자동차 자전거로 억지 편입시켰다. 이러다 보니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차도로만 다녀야 하며, 운행 조건은 16세 이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취득 등 현실과는 너무나도 먼 규정이 됐다.

지난 10일부터 발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에는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에 편입시켜 자전거 전용도로 운행이 가능하고, 자전거와 같이 13세 이상이면 안전모 착용 의무화도 없고 교육도 없어 무작정 운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전동 킥보드를 중학교 1학년이 안전모 착용 없이 차도를 쌩쌩 달리게 만든 것이다. 심각한 상황이고 사고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개정되는 보완책이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고 더욱 혼란스럽게 된 셈이다.

현재 전동 킥보드는 열 대면 열 대가 보도 위에 올라오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험도 없고 운행방법이나 운행조건이 미흡하고 수거, 단속근거 등도 부족한 총체적인 문제다.

그래서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관리법을 제정해 적극적으로 미래에 준비해야 한다. 가장 크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이렇게 다양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모빌리티에 상응하는 새로운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규정이나 제도에 억지로 맞춰 끼워 넣지 말고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규정을 제정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향적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해외의 사례를 참조해서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미리 준비하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네거티브 정책으로 전개되기를 기원한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