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수석대표, 동시 교체...북·미 대화 불씨 살아날까

2020-12-21 16:39
'북핵 외교 총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 발탁
안보전략·평화기획비서관 등 거치며 비핵화 관련 업무
'최장수 본부장' 이도훈, 조만간 재외공관장 발령날 듯

문재인 정부가 내년 1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교체했다. 미국의 대북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역시 행정부 교체에 따라 현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한·미 양국의 북핵수석대표가 동시에 바뀌는 셈이다.

이 같은 정부 인사는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에 발맞춰 북핵 외교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 인사를 교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아직 분명히 파악되지 않았음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북·미 협상을 재개하기도 쉽지 않아 신임 본부장이 느낄 무게감이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외교부]

◆'북핵 외교 총괄' 요직에 노규덕

외교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임으로 노규덕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핵 외교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노 신임 본부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목표로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대북정책 공조를 담당할 예정이다.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노 본부장은 1987년 제21회 외무고시를 통해 외무부(현 외교부)에 입부,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평화기획비서관을 역임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해왔다.

국가안보실에 몸담기 이전엔 외교부 중국몽골과장과 장관보좌관,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거치기도 했다.

노 본부장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북 외교 정책 조율 및 소통 채널 구축이 될 전망이다.

노 본부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출범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서 관련국의 각 대표와 하루 속히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 교착 상태를 풀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관련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서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장수 본부장' 이도훈, "아쉬운 게 많다"

3년 3개월의 임기를 마친 전임 이 본부장은 이른 시일 내 재외공관장으로 발령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7년 9월 임명된 이 전 본부장은 한반도본부가 2006년 신설된 이후 '최장수 본부장'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본부장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했던 때부터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로 한반도에 훈풍이 불었던 때, 이후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또다시 찾아온 북·미, 남북 관계 교착까지 모두 지켜봤다.

이 본부장으로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아쉬운 게 많다"며 "한·미 간의 공조를 잘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 애를 썼는데 아쉽지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비건 부장관과는 개인적으로도 탄탄한 친분을 쌓으며 신뢰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고별차 방한한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서 지난 2년 반 임기를 돌아보며 "당신(이도훈)과 나, 양국 협상팀 간 우정의 여정이었다. 당신은 훌륭한 대화 상대였고 당신을 매 순간 신뢰해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 역시 내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에 교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