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글로벌 백신 확보 전쟁, 방역 성공국 vs 실패국…대응이 다르다?

2020-12-21 07:09
"국산 백신 없는 상황에서 백신 확보 선전" 평가
아스트라제네카 이어 화이자·모더나 등과 계약 추진
백신 확보와 함께 신속·안전한 접종 환경 구축이 중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영국 등 주요국들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자체 개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크지 않아 부작용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접종 시기를 내년 2~3월로 앞당겼다. 이 때문에 정부의 판단이 안이한 게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쟁점은 △백신 도입 시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늦다 △정부가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불안하다 △백신접종 순서 새치기가 가능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이 없다는 내용이다. 위 쟁점들을 방역당국의 브리핑과 전문가들의 설명을 토대로 짚어봤다.

정부는 국내 유행 상황을 보고 백신 도입을 고려하고자 했던 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안이한 판단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에 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범정부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백신의 안전성이 완전하게 확립된 게 아니다. 지금 이상반응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백신을 접종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먼저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했고 그 뒤에 화이자, 모더나 등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백신 개발사들과 계약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에서 일부 부유층 환자들이 병원에 거액의 기부를 조건으로 백신 접종 순위 새치기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세부 순위를 정하지 않았지만 고령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필수 서비스 인력 등을 우선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알려지지 않은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에 대해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감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나서는 등 부작용에 대비한 대책 보완에 나섰다.

 
체크① 백신 도입 시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늦다?

최근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 정부의 늑장 확보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이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커졌다.

이는 정부가 백신 안전성을 가장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차장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 지금 접종을 시작했지만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면서 “해외는 몇 천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부작용들에 대해서 전부 다 테스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부작용 사례를 검토하고, 백신의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 맞는 최선의 전략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임인택 국장도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선구매 협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에 처했던 부분이 물건이 없고, 안전성·유효성과 관련된 자료가 없고, 이 같은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백신을 자료를 통해서 검증하고 도입하자는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그 결과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코로나 백신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늦은 조치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공격적으로 선계약해서 확보를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 유행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의 접종을 얼마나 빨리 완료하느냐”라며 “2~3월 접종을 시작해 6월 이내에 전체 국민의 60% 접종을 마칠 수 있다면 다른 나라보다 느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접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부작용 발생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내년 2~3월 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들어온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정부는 이때 확보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이미 공급 계약을 마친 영국 아스트라제네가 백신의 국내 사용승인이 내년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내용 등을 검증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전 인구의 몇 배수로 백신을 확보하는데, 우리는 너무 적은 게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전체 인구의 60%가 맞아야 한다. 방역당국도 애초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분만 확보하려 했으나, 추가 물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일단 확보한 백신은 성공 가능성이 커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한다. 그러나 만약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제품 백신을 모두 폐기해야 해 백신은 여러 회사 제품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4400만명분이 우리 인구보다 적더라도 접종을 통해서 집단면역을 형성을 하고 코로나를 예방하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후발 백신 개발 기업들을 모니터링하며 추가 물량 확보에서 나설 계획이다.

 
체크②정부가 도입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불안하다?

지난 10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참가자 1명이 사망했다. 브라질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중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구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망사고까지 있었던 백신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디. 이 부분은 실제로 정부 협상 T/F에서도 많은 찬반이 있었다.

정부는 많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구매를 추진했다.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완료해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접종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이 동료 과학자들 심사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다.

의학전문지 '랜싯'이 게재한,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가 2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벌인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독립 연구자들의 ‘동료 평가’가 이에 대한 근거다. 다만 투약 방식에 따라 효과가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 FDA 승인이 늦어져서 위험한 것 아니냐’는 우려는 랜싯의 논문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백신이고, 선진국에서도 상당 물량 선구매한 사실을 근거로 기우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체크③코로나 백신 접종 순서 새치기가 가능하다?

“코로나 백신이 출시되자 부자들이 앞다퉈 백신을 찾고 있다. 부유층은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 현금 수만 달러를 주겠다고 하면서 의사들을 매일 괴롭히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일부 부유층이 코로나 백신 접종 새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둔 우리 국민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부유층의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심심치 않게 접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접종자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와 같이 접종 새치기와 같은 시도는 원천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의료계 등 전문가와 접종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서 12월 중에 예방접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있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은 고령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필수 서비스 인력 등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다만, 백신 공급시점에서 코로나 유행의 상황 및 그에 따른 방역전략 등을 연계해야 하고, 백신 공급물량과 백신별 임상 결과 등에 따라서 우선접종 순서는 변동될 수 있다.

접종 기관은 지자체와 의료계 등의 협조를 통해서 접종기관의 지정 또는 확보, 접종인력에 대한 교육 등 접종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한다.

임인택 국장은 “코로나 백신은 국가적 위기상황임을 고려해서 감염병예방법상 임시예방접종으로 지정해 시행하도록 하고, 백신이 공급되면 신속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물량과 코로나19의 국내상황 그리고 외국의 접종상황과 부작용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접종시기는 탄력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다만, 내년 인플루엔자 유행시기 전에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신의 유통과 보관방법, 접종방식 등 백신의 종류에 따른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백신의 종류에 따라서 접종기관을 구분해 접종이 실시된다. 핵산백신(모더나), mRNA 백신(바이오엔테크)의 경우는 -70℃ 냉동보관이 필요하고, 접종 전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이 가능한 기관을 확보하고 사전에 준비를 마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체크④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이 없다?

영국에서는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백신을 맞은 뒤 2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현지 과학자들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에서도 모더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한 간호사들이 1차 접종에서 무증상이었으나 2차 접종 후 크고 작은 후유증을 경험했다. 이들은 오한, 통증, 두통 등을 겪었으나 다만, 2~3일 경과 후 증상이 사라졌다.

이 같은 부작용은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전부더 예고됐다. 각국 보건당국이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임상 등을 간소화한 긴급승인절차를 거쳐 백신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보고나 예방책이 아직 부실해, 각국 정부가 나서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정부도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에 발생 가능한 피해 보상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에 합동 전담조직을 구성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에 대해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감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범정부 협업을 통해 백신과 이상반응 간의 인과성 조사 및 평가와 백신 봉인·접종지속 여부 결정을 위한 신속 대응 및 피해보상 체계를 구축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필수예방접종 및 임시예방접종의 국가지원사업(무료접종) 대상자가 예방접종 이상반응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보상해주는 ‘예방접종피해보상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필수·임시예방접종 이외의 유료 접종 대상자의 경우, 약사법에 따라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주는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도 지원한다. 아울러 통합관리전산시스템 및 접종 후 이상반응 감시체계 구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