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년 경제 화두는…자립·공정·민생

2020-12-20 16:13
경제공작회의 폐막, 내년 기조 확인
출구전략 시기상조, 소비 증대 주력
핵심기술 확보, 독자 가치사슬 구축
반독점 철퇴 강화, 알리바바 등 긴장
식량·양로·주택 등 민생 챙기기 강화

[사진=바이두 ]


중국이 내년 경제 운용을 위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뒤에도 미국의 대중 압박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내수를 키우고 독자적인 가치·산업 사슬을 구축하는 경제적 자립이 최대 화두다.

여기에 반독점과 빈부격차 해소 등 불공정 관행을 단속하고 의료·양로·주택 등 민생과 직결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추진될 전망이다.

내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이 시행되는 첫해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소비 늘리고 독보적 절기 확보해야

20일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6~18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내년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과 외부 환경에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짚으며 "우리 경제의 회복 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거시경제 정책은 연속성·안정성·지속 가능성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 정책으로 경기 회복에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지출과 유동성 공급을 지나치게 늘리지도 혹은 줄이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출구 전략 모색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내수 확대를 위한 소비 증대에 방점을 찍었다.

쉬훙차이(徐洪才) 중국정책과학연구회 부주임은 "코로나19 충격에도 투자·소비 수요가 확대될 공간은 여전하다"며 "규제를 풀어 소비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빈(溫彬) 민생은행 수석연구원은 "소득 분배 구조를 조정해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해야 한다"며 사회보장 시스템과 교육·양로·의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4억 인구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이상의 광활한 내수 시장을 버팀목 삼아 성장을 이루려면 소비가 우선 살아나야 한다.

회의는 산업·공급 사슬의 자주적인 통제 역량 강화도 핵심 임무로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기초소재 등 핵심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쉬 부주임은 "이번 회의에서 등장한 '독보적 절기 확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에 의해) 급소를 공격 당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급형 상품이나 소비재 대신 독창적인 걸 만들어 남들에게 없는 핵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공정에 지친 민심 "반독점 강화한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독과점 수위는 자본주의 국가를 뛰어넘는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은 플랫폼·지적재산권(IP) 등을 독점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회의는 "반독점과 불공정 경쟁 방지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고 정보 수집과 소비자 권익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에 제동을 걸면서 당국의 의지를 천명했다.

쉬 부주임은 "일부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 우위를 앞세워 경쟁자를 없애고 승자 독식으로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달 발표한 '플랫폼 경제 영역의 반독점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최근 알리바바(플랫폼)와 웨원(閱文·지적재산권), 펑차오(豊巢·택배) 등 3개 기업의 위법 행위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사진=신화통신]


◆먹고 자는 문제가 제일 중요, 민생 챙기기

이번 회의에서는 중점 임무 중 하나로 '종자와 경작지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유전 물질을 활용한 육종(신품종 개발 및 기존 품종 개량) 자원의 보호·이용을 강화하고 종자 은행을 건설하며 경작지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골자다.

중국신문망은 "식량 안보를 위한 조치"라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종자 문제가 집중 부각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당궈잉(黨國英)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종자 기술은 농업에 특히 중요하고 증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국제적으로 독점성이 강한 분야라 농업 대국인 중국이 기초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쉬 부주임은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와 같아 수입에 의존하면 식량 안보에 불리하다"며 "중국인의 손으로 밥그릇을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는 양로보험과 부동산 등 민생 이슈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지친 민심을 달래고 샤오캉(小康·물질적 풍요로움) 사회 달성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포석이다.

회의에서는 양로보험 등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또 부동산 투기 규제를 지속하고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는 한편 임대료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한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옌웨진(嚴躍進) 이쥐연구원 팀장은 "임대료 안정이 내년 부동산 및 임대 시장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며 "지역별 임대료 가이드라인과 인상폭 등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