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선구자'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원장 장례, 재계 제자들도 조문행렬

2020-12-18 12:35
고려대 교수로 30년간 후임 양성…경영학자로 첫 대한민국학술원장 올라

경영학자 출신 중 처음으로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지낸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별세했다. 한국에 미국식 마케팅을 도입하고 국내 유통근대화를 이끌며 30년간 고려대학교에서 후임양성에 힘쓴 고인의 장례식에는 정·재계 제자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18일 어윤대 고려대학교 전 총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김 회장의 장례식장에는 고려대에서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등 국내 재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김 회장의 장례식을 찾았다. 사제지간으로 고인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에는 인생의 스승으로 인연을 이어온 이들이다. 특히 김남구 회장의 결혼식에는 고인이 주례를 섰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김 회장과 고려대의 인연은 1954년부터 시작된다. 어린시절 문학도의 길을 꿈꾸던 김 회장은 중학교 4학년이던 당시 6·25전쟁이 발발하며 꿈을 접게 된다. 전쟁 상황에서 국민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김 회장은 경제 재건에 힘쓰겠다는 생각으로 경영학을 택했다. 이후 고려대 상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며 경영학도의 길을 걷게됐다.

이후 미국 뉴욕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거친 김 회장은 한국에서 <현대유통기구>와 <한국의 물류산업> 저서를 펴낸다. 한국에 미국식 마케팅과 물류화를 처음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유통근대화 추진위원회'의 핵심멤버로 한국 최초의 슈퍼마켓과 할인판매점 편의점, 쇼핑몰 및 대규모 물류단지 등의 개설과 소비자 신용카드 제도 도입을 이끄는 등 국내 물류 혁신과 유통 현대화에 기여했다. 2004년에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고려대에서는 1965년부터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한다. 당시 고대에서도 영어로 마케팅을 가르치며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환으로 그는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창립하는데 일조해 1대, 2대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김 회장은 1999년 교수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2005년부터 석좌교수로 복귀하며 후임 양성에 기여했다.

한국경영학회장, 한국마케팅학회장, 한국상품학회장, 한국로지스틱스학회장,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을 지냈다. 2018년 3월 제37대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에 취임한 고인은 경영학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대한민국학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