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부 찍은 ‘균주 분쟁 5년’…메디톡스·대웅제약, 모두의 승리냐 상처냐

2020-12-17 15:41
메디톡스 "대웅 주장 명백한 허위로 확인…도용한 영업비밀로 제품 개발"
대웅제약 "ITC, 보톨리늄 균주 영업비밀 아니라고 판단, 사실상 승소"

[대웅제약·메디톡스]



5년간 지속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분쟁 최종판결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의 수입금지 기간을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줄이면서 대웅제약도 적잖은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2016년부터 이어진 두 회사 간 갈등 끝에 어느 쪽도 속시원한 승리를 획득 못해 양측 모두에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ITC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번 최종판결의 핵심은 ITC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ITC는 앞서 예비판결에선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다고 봤지만 최종적으로 제조기술만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 메디톡스가 판결에서 이기고도 개운치 못한 것은 이 부분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그동안의 균주 관련 메디톡스 주장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 나머지 기술 부분도 엉터리 주장임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자체 개발했음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면서 “대웅은 도용한 영업비밀로 개발한 제품을 나보타, 주보, 누시바라는 이름으로 국내는 물론 여러 해외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도 “보툴리눔 균주가 더는 시빗거리가 될 수 없다”며 “사실상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타격은 불가피하다. 당장 ITC가 나보타에 대해 21개월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했기 때문에 현지 사업 진척이 어렵게 됐다. 대웅제약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의 재고도 판매할 수 없다. 

다만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가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판매가 중단된다고 해도 회사 연간 매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양측에 유리한 전망도 존재한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번 판결로 중국시장 진출 등의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ITC의 결정 전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드문 경우지만 지난 2013년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결정에 대한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 ITC 결과에 관계없이 나보타의 해외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