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진행 중]① 신고 10건 중 8건은 '단순 종결'
2020-12-18 08:00
가해자, 중간관리자 이상이 대부분
"입법·정책적 한계 탓 실효성 낮아"
"입법·정책적 한계 탓 실효성 낮아"
1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4년 대기업 소유주 일가족의 폭언과 폭행 사건, 2018년 간호사의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병원 내 '태움문화' 사건과 정보기술(IT) 업계의 갑질 사건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며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 의무와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조치의무, 신고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정부의 후속 조치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이 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을 개정해 폭언·폭행,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특별감독을 할 수 있게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관련 각종 신고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도 마련·보완했다.
이런 노력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6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 사건은 총 5658건이다. 이 중 18.1%는 개선 지도가 이뤄지거나 검찰에 송치됐다.
나머지 76.0%의 사건은 취하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행정종결 처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민간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무원 행동강령상의 갑질 신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갑질 행위'를 한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되거나 각급 기관에서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는 총 59명으로 나타났다.
갑질 행위는 중간관리자 이상(74.4%)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갑질행위자 중 징계 대상이 아니거나 징계사유가 불분명한 경우를 제외하고 51명이 중징계(정직·강등·해임) 또는 경징계(견책·감봉)를 받았다.
전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민간의 경우 법 시행에도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에 대한 사후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반면, 공직사회는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위해 신분상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조사관은 이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는데도 괴롭힘이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입법·정책적 한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