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자사주 처분·신탁해지 급증··· 개인투자자 주의보

2020-12-16 16:17

 



코스피가 2770선을 돌파한 가운데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상장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증시가 극심한 '상저하고' 양상을 보이며 코로나19 확산 초기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기업들이 차익실현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처분은 단기적 주가 하락을 부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이후 지난 15일까지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결정이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해지 결정 공시는 399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유가증권시장은 120건으로 전년보다 전년 대비 51.9% 증가에 그쳤으나, 코스닥시장의 경우 증가율이 142.6%에 달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직접 취득과 증권사를 통한 신탁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상장사가 증권사에 자금을 위임하고 계약기간 동안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직접 취득이 정해진 기간 내에 약속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것과 달리 신탁 계약은 금액 조정과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해지 이후 돌려받은 자사주는 그대로 보유하거나 처분 혹은 소각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자사주 처분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 꼽힌다. 특히 올해는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폭락장이 펼쳐지며 주가 방어와 주주 이익 제고를 이유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이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를 한 기업은 400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과 함께 기존에 자사주를 한도까지 보유했던 기업들이 증시가 호황을 보이자 차익 실현을 통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사주 처분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 증가가 단기적 주가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의견이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지난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초까지 있었던 직접매수에 의한 자사주 취득 공시 206건 중 주식 소각이 목적인 경우는 17건에 그쳤다. 강 위원은 "올해 자사주 취득에 비하여 처분 규모가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자사주 처분이 허용되는 시점 이후에 기업의 자사주 매도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처분이 단기적인 주가 하락을 부를 수 있더라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처분 목적을 꼼꼼히 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신규 투자나 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가 목적이라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고, 주가 측면에서도 호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도 목적에 따라서는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자사주 처분 공시가 나오더라도 배경을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