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가두리냐?" vs "정부 표적될라"...집주인-중개업소 갈등 '활활'

2020-12-16 15:07
"가격 급등세 숨기려 호가 낮추고 신고기한 30일 꽉 채워"
"시세보다 한참 높으면 정부 표적돼...문제는 시세 띄우기"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집주인과 공인중개업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집주인들은 중개업소에서 신고가를 숨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중개사들은 정부로부터 시세 띄우기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맞서면서다.

집주인들은 "가격이 급등하면 거래가 잘 안 되니 중개업소들이 급등세를 숨기는 것 같다"며 "집주인이 가격을 부르면 너무 높아 팔아줄 수 없다고 하거나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을 꽉 채워 실거래 신고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시장에선 이를 이른바 '가두리'라고 한다. 중개업자들이 물건 가격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둬놓고 시세를 왜곡한다는 의미다.

중개업자들은 "정부 조사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세와 크게 동떨어진 물건을 광고하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공인중개사들이 담합해 시세를 띄우는 것 아니냐"고 오인받기 십상이란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오름장이라지만, 집주인들의 시세 띄우기가 지나친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두리'라는 제목의 글에는 "예전 집 매매추이를 지켜봤는데, 11월 둘째 주 실거래 금액이 25평 3억5000만원, 28평 3억8000만원, 35평 3억6500만원 순이더라"며 "35평 3억6500만원 매도자는 잠을 못 이룰 듯하다"고 씌어 있었다.

집주인이 실거래 신고를 늦게 하는 부동산 가두리로 인해 시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현행 법에 따르면 실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만 하면 된다.

집주인들은 온라인·모바일 커뮤니티에서 '가두리 부동산 리스트', '가두리 예방법' 등을 공유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두리 부동산 리스트를 공유해달라. 초성만 공유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카페 게시글엔 "쪽지를 주면 매도 잘하는 곳을 알아봐드리겠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지역 오픈 카카오톡방에서는 '가두리 예방'이라는 제목의 글이 자주 공유됐다.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물을 올려야 한다거나, 네이버부동산 광고 매물에 '집주인 인증' 표시가 없으면 허위매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네이버부동산을 모니터링하다가 허위매물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고, 관할 구청이나 국토교통부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 등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집주인들은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거래건수가 크게 줄고 배액배상 건수가 늘어나 중개업소 피해가 커지니 가두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은 강화된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시세와 크게 동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의심거래'로 낙인찍혀 정부나 지자체 조사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업소나 입주자의 집값 담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시세와 현저히 다르게 물건을 올리면 국토교통부, 시청에서 조사를 나오니 중개업자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 커뮤니티에서 가두리 부동산으로 낙인찍히면 영업상 피해가 막심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동네장사' 아니냐"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개업자의 가두리가 아니라 입주자들의 가격 띄우기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세 7억원 정도인 아파트를 9억~10억원에 올려달라며 가져온다"며 "아무리 올려도 7억2000만~7억3000만원 정도가 정상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아파트와 다세대·연립주택 [사진=연합뉴스]